<div id="readability-page-1" class="page"><div>AI는 우리의 생활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ChatGPT 모바일 앱을 사용하면서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 받다보면 이제는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가 현실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도 일으킬 정도이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일상적인 대화부터 복잡한 문제 해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선물해준 편리함 속에서 우리가 중요한 질문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의에 대한 질문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이 자기 성찰, 비판적/이성적 사고, 자아 인식과 자기 성찰, 도덕적 판단과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최근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껏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지녀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던 많은 가치들을 ChatGPT와 같은 도구에게 위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생성형 AI는 아직 정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위임하지는 않겠지만, 그 위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며, AI의 발전속도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위임이 이루어질 미래를 그리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AI가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이러한 윤리적/철학적 담론은 거의 배제되고 있다. 필자는 추후 AI가 더욱 발전했을 때 이러한 담론의 부재가 큰 사이드 이펙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특히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분들은 더더욱 이 아젠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h2 id="chatgpt를-썼다면-더-잘할-수-있었을-것-같아요">ChatGPT를 썼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a href="#chatgpt%EB%A5%BC-%EC%8D%BC%EB%8B%A4%EB%A9%B4-%EB%8D%94-%EC%9E%98%ED%95%A0-%EC%88%98-%EC%9E%88%EC%97%88%EC%9D%84-%EA%B2%83-%EA%B0%99%EC%95%84%EC%9A%94" aria-label="chatgpt를 썼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permalink"></a></h2>
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개발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만약 한 달에 4~6명씩 인터뷰를 진행했었다고 하면 대략 400~600명 정도 되는 인원을 만나본 셈이다.
이러한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답변과 견해를 들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 들은 답변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blockquote>
“ChatGPT를 썼다면 과제를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blockquote>
이는 필자에게 꽤나 독특하고 낯선 답변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자신이 도구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어진 문제를 온전히 풀어낼 수 없었다고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도구가 ChatGPT든, 구글링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보통 인터뷰를 진행할 때 지원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말을 피하고, 오히려 도구가 없이도 펼칠 수 있는 자신 본연의 역량을 최대한 강조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인터뷰가 본질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켜야 하는 평가 과정이기도 하고, 지원자 스스로도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혹시 이 사람이 ChatGPT라는 도구의 능력과 자신의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통합해서 인지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필자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단순히 도구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자신의 능력을 평가할 때 도구의 능력까지 포함함으로써 “나”라는 자아의 영역을 도구까지 확장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지원자가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에 AI라는 도구의 능력을 포함시켜 생각한다고 느꼈다.
그로 인해 필자는 이 지원자의 답변을 통해 자신의 사유를 AI에게 위임하는 현상이 앞으로 더 강해질 미래에 대해 처음으로 상상해보게 되었다.
만약 지금까지의 철학에서 이야기한 인간의 본질적 의의들까지 AI에게 위임해버린다면, 이제 우리는 인간을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 속에 서있는 우리는 AI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h2 id="인간-존재의-본질적-의의는-무엇인가">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의는 무엇인가<a href="#%EC%9D%B8%EA%B0%84-%EC%A1%B4%EC%9E%AC%EC%9D%98-%EB%B3%B8%EC%A7%88%EC%A0%81-%EC%9D%98%EC%9D%98%EB%8A%94-%EB%AC%B4%EC%97%87%EC%9D%B8%EA%B0%80" aria-label="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의는 무엇인가 permalink"></a></h2>
가장 먼저 지금껏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정의해왔는지부터 살펴보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수 많은 철학자들이 탐구해온 주제이다.
우리는 분명 다른 동물과 구분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주는 이가 없었기에 수천 년 동안 스스로 탐구해온 것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론을 통해 인간은 진리와 이상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하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정의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인간의 존재를 사유, 그리고 자아인식과 연결지었다. 칸트는 인간을 자율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체로 정의했으며, 사르트르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본질을 창조하는 존재라 했다.
이처럼 수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본질과 존재의 의의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렸지만, 잘 살펴보면 공통적인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바로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이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적 사고, 데카르트의 사유와 자아인식, 칸트의 도덕적 자율성, 사르트르의 본질 창조 모두 이러한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즉 인간은 단순히 경험하고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고 평가하며, 그로부터 새로운 의미와 방향을 찾아내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철학자들이 강조한 인간의 본질적 특징,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은 인간이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선 독특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하는 핵심 요소인 것이다.
<h2 id="ai는-인간-존재의-본질을-위협하는가">AI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위협하는가<a href="#ai%EB%8A%94-%EC%9D%B8%EA%B0%84-%EC%A1%B4%EC%9E%AC%EC%9D%98-%EB%B3%B8%EC%A7%88%EC%9D%84-%EC%9C%84%ED%98%91%ED%95%98%EB%8A%94%EA%B0%80" aria-label="ai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위협하는가 permalink"></a></h2>
필자는 인터뷰 중 만났던 한 지원자의 사례를 통해 AI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ChatGPT를 썼다면 과제를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표현 이면에는 그가 자신의 능력과 AI의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도구를 활용한다는 관점을 넘어, 도구의 능력을 자신의 능력의 일부로 동일시하는 현상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인간의 본질적 의의, 즉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은 인간이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구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AI라는 외부의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이러한 능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때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점점 일반화된다면,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자기 성찰의 기회를 잃게 만들고 우리의 사고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AI가 인간의 의사결정까지도 점점 대신하게 된다면 인간은 자아 인식의 중요한 요소인 책임감과 자율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또한 AI가 내린 의사결정에 의존하게 될수록 우리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덜 느끼게 되고, 이는 우리의 도덕적 판단 능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책임감과 도덕적 판단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누구의 책임인가?”와 같은 생활 속의 아젠다로 떠오른지 오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명쾌한 결론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 수천 년동안 수 많은 철학자들이 강조해온 인간의 본질적 특징인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은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우리의 삶과 세상을 더 깊이 있게 탐구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능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AI의 발전과 그에 따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가 인간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본질적인 능력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하는 것이다.
<h2 id="지금-프로그래밍을-하고-있는-당신은-누구인가">지금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a href="#%EC%A7%80%EA%B8%88-%ED%94%84%EB%A1%9C%EA%B7%B8%EB%9E%98%EB%B0%8D%EC%9D%84-%ED%95%98%EA%B3%A0-%EC%9E%88%EB%8A%94-%EB%8B%B9%EC%8B%A0%EC%9D%80-%EB%88%84%EA%B5%AC%EC%9D%B8%EA%B0%80" aria-label="지금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permalink"></a></h2>
최근 들어 ChatGPT나 Copilot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며 AI가 제안한 코드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물론 ChatGPT나 Copilot의 발전은 매우 빠르며, 예전보다 높은 퀄리티의 코드를 출력해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았을 때 그것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AI가 생성한 코드는 때때로 오류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정 상황에서는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때도 있다. 특히 여러 모듈의 맥락을 연결해가며 이해하고 아키텍쳐를 설계해야하는 부분은 아직 AI가 정복하지 못한 문제이다.
만약 AI가 제안한 코드가 이미 완벽하다면 개발자라는 직업은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즉, 개발자라는 직업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까지는 AI의 코드가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앞으로 AI가 발전하면 점점 이 직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줄어들지언정 현재로써는 아직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AI가 내뱉는 완벽하지 않은 출력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람을 개발자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을 개발자라고 한다면 모순이 발생한다. 개발자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코드를 작성하는 전문가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은 코드를 비판없이 수용하고 복붙하는 행위 자체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과정도 결여되어있다.
즉 2024년 현재 기준으로 개발자는 AI라는 도구를 활용할지라도, AI의 출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며, 자신의 판단과 논리적 사고를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즉, 종국에는 인간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이것이 바로 AI를 도구로써 이용하는 방법이다. AI는 도구일 뿐이고,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이 진정한 내 능력이다. AI의 능력 자체가 내 능력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한다.
AI는 “내”가 될 수 없다. 우리는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지 않도록 경계해야한다.
만약 AI의 출력을 비판없이 수용하고 마치 그것이 내 능력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한번 반문해봐야 한다.
<blockquote>
나는 AI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인간인가? 아니면 AI가 내놓은 출력물을 IDE에 옮겨담고 있는 존재일 뿐인가?
</blockquote>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프로그래밍이라는 문제를 넘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존재라면, 인간이 아닌 무언가의 출력대로 따라하는 행위만으로는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h2 id="마치며">마치며<a href="#%EB%A7%88%EC%B9%98%EB%A9%B0" aria-label="마치며 permalink"></a></h2>
혹자는 “어차피 실무에서도 AI를 사용할 텐데 뭐가 문제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필자는 실무에서 ChatGPT나 Copilot 같은 생성형 AI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부정하지도 않고, 이제 이러한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AI라는 편리하고 폭발적인 생산성을 가져다주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나도 모르게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가치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도구는 인간이 주도권을 가지고 활용되기 때문에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AI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주체성과 본질적 의의를 잃는다면, 그것을 더 이상 도구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AI의 도움을 받되 우리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가치는 AI 도구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인간의 본질적 의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AI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스스로를 잃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가치를 항상 되새기며 살아가야 한다.
이상으로 지금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포스팅을 마친다.</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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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우리의 생활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ChatGPT 모바일 앱을 사용하면서 음성으로 대화를 주고 받다보면 이제는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가 현실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도 일으킬 정도이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일상적인 대화부터 복잡한 문제 해결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며, 우리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선물해준 편리함 속에서 우리가 중요한 질문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의에 대한 질문이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많은 철학자들은 인간이 자기 성찰, 비판적/이성적 사고, 자아 인식과 자기 성찰, 도덕적 판단과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최근 주변을 둘러보면 지금껏 우리가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지녀야 한다고 이야기해왔던 많은 가치들을 ChatGPT와 같은 도구에게 위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지금의 생성형 AI는 아직 정확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부분을 위임하지는 않겠지만, 그 위임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며, AI의 발전속도를 생각해보면 앞으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위임이 이루어질 미래를 그리 어렵지 않게 그려볼 수 있다.
하지만 AI가 발전하는 속도에 비해 이러한 윤리적/철학적 담론은 거의 배제되고 있다. 필자는 추후 AI가 더욱 발전했을 때 이러한 담론의 부재가 큰 사이드 이펙트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특히 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분들은 더더욱 이 아젠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ChatGPT를 썼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필자는 지난 2016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개발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만약 한 달에 4~6명씩 인터뷰를 진행했었다고 하면 대략 400~600명 정도 되는 인원을 만나본 셈이다.
이러한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답변과 견해를 들을 수 있었지만, 최근에 들은 답변은 그동안의 경험에서 한 번도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ChatGPT를 썼다면 과제를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이는 필자에게 꽤나 독특하고 낯선 답변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자신이 도구를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주어진 문제를 온전히 풀어낼 수 없었다고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도구가 ChatGPT든, 구글링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보통 인터뷰를 진행할 때 지원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말을 피하고, 오히려 도구가 없이도 펼칠 수 있는 자신 본연의 역량을 최대한 강조하려고 노력한다. 이는 인터뷰가 본질적으로 자신의 강점을 부각시켜야 하는 평가 과정이기도 하고, 지원자 스스로도 그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필자는 혹시 이 사람이 ChatGPT라는 도구의 능력과 자신의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통합해서 인지하고 있는 것을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필자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는 단순히 도구를 활용하여 생산성을 증가시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자신의 능력을 평가할 때 도구의 능력까지 포함함으로써 “나”라는 자아의 영역을 도구까지 확장한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 지원자가 자신의 문제 해결 능력에 AI라는 도구의 능력을 포함시켜 생각한다고 느꼈다.
그로 인해 필자는 이 지원자의 답변을 통해 자신의 사유를 AI에게 위임하는 현상이 앞으로 더 강해질 미래에 대해 처음으로 상상해보게 되었다.
만약 지금까지의 철학에서 이야기한 인간의 본질적 의의들까지 AI에게 위임해버린다면, 이제 우리는 인간을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 속에 서있는 우리는 AI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인간 존재의 본질적 의의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지금껏 우리가 무엇 때문에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정의해왔는지부터 살펴보자.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수 많은 철학자들이 탐구해온 주제이다.
우리는 분명 다른 동물과 구분된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주는 이가 없었기에 수천 년 동안 스스로 탐구해온 것이다.
플라톤은 이데아론을 통해 인간은 진리와 이상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하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이성적 동물로 정의했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인간의 존재를 사유, 그리고 자아인식과 연결지었다. 칸트는 인간을 자율적이고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는 주체로 정의했으며, 사르트르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본질을 창조하는 존재라 했다.
이처럼 수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본질과 존재의 의의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렸지만, 잘 살펴보면 공통적인 요소들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공통점은 바로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이다. 이는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성적 사고, 데카르트의 사유와 자아인식, 칸트의 도덕적 자율성, 사르트르의 본질 창조 모두 이러한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즉 인간은 단순히 경험하고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분석하고 평가하며, 그로부터 새로운 의미와 방향을 찾아내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철학자들이 강조한 인간의 본질적 특징,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은 인간이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를 넘어선 독특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하는 핵심 요소인 것이다.
AI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위협하는가
필자는 인터뷰 중 만났던 한 지원자의 사례를 통해 AI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ChatGPT를 썼다면 과제를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표현 이면에는 그가 자신의 능력과 AI의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도구를 활용한다는 관점을 넘어, 도구의 능력을 자신의 능력의 일부로 동일시하는 현상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이 인간의 본질적 의의, 즉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을 침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은 인간이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추구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AI라는 외부의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이러한 능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때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점점 일반화된다면, 스스로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생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자기 성찰의 기회를 잃게 만들고 우리의 사고 능력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AI가 인간의 의사결정까지도 점점 대신하게 된다면 인간은 자아 인식의 중요한 요소인 책임감과 자율성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또한 AI가 내린 의사결정에 의존하게 될수록 우리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덜 느끼게 되고, 이는 우리의 도덕적 판단 능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이렇게 책임감과 도덕적 판단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내면 누구의 책임인가?”와 같은 생활 속의 아젠다로 떠오른지 오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명쾌한 결론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 수천 년동안 수 많은 철학자들이 강조해온 인간의 본질적 특징인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은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우리의 삶과 세상을 더 깊이 있게 탐구하며,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인 능력이다. 
그래서 우리는 AI의 발전과 그에 따른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가 인간으로써 존재할 수 있는 본질적인 능력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하는 것이다.
지금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최근 들어 ChatGPT나 Copilot 같은 AI 도구를 사용하며 AI가 제안한 코드를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물론 ChatGPT나 Copilot의 발전은 매우 빠르며, 예전보다 높은 퀄리티의 코드를 출력해내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보았을 때 그것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 그렇지 않다. AI가 생성한 코드는 때때로 오류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정 상황에서는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할 때도 있다. 특히 여러 모듈의 맥락을 연결해가며 이해하고 아키텍쳐를 설계해야하는 부분은 아직 AI가 정복하지 못한 문제이다.
만약 AI가 제안한 코드가 이미 완벽하다면 개발자라는 직업은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즉, 개발자라는 직업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까지는 AI의 코드가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앞으로 AI가 발전하면 점점 이 직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줄어들지언정 현재로써는 아직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 속에서 AI가 내뱉는 완벽하지 않은 출력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람을 개발자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들을 개발자라고 한다면 모순이 발생한다. 개발자는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코드를 작성하는 전문가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은 코드를 비판없이 수용하고 복붙하는 행위 자체로는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과정도 결여되어있다.
즉 2024년 현재 기준으로 개발자는 AI라는 도구를 활용할지라도, AI의 출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며, 자신의 판단과 논리적 사고를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즉, 종국에는 인간 스스로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이다.
결국 이것이 바로 AI를 도구로써 이용하는 방법이다. AI는 도구일 뿐이고,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이 진정한 내 능력이다. AI의 능력 자체가 내 능력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한다.
AI는 “내”가 될 수 없다. 우리는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그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지 않도록 경계해야한다.
만약 AI의 출력을 비판없이 수용하고 마치 그것이 내 능력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한번 반문해봐야 한다.
나는 AI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인간인가? 아니면 AI가 내놓은 출력물을 IDE에 옮겨담고 있는 존재일 뿐인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히 프로그래밍이라는 문제를 넘어,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자기 성찰과 자아 인식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존재라면, 인간이 아닌 무언가의 출력대로 따라하는 행위만으로는 인간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며
혹자는 “어차피 실무에서도 AI를 사용할 텐데 뭐가 문제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필자는 실무에서 ChatGPT나 Copilot 같은 생성형 AI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부정하지도 않고, 이제 이러한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AI라는 편리하고 폭발적인 생산성을 가져다주는 도구를 사용하면서, 나도 모르게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가치를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도구는 인간이 주도권을 가지고 활용되기 때문에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AI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주체성과 본질적 의의를 잃는다면, 그것을 더 이상 도구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AI의 도움을 받되 우리의 사고력과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가치는 AI 도구의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우리 안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구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인간의 본질적 의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AI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우리는 스스로를 잃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본질적 가치를 항상 되새기며 살아가야 한다.
이상으로 지금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포스팅을 마친다.

지금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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