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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번 Summer Game Fest(이하 SGF)의 하이라이트.​제프 케일리(진행자)가 "다음 게임 만나보시죠."하고 켠 세번째 게임의 인트로는 매우 심심했다. 전투 장면도, 멋진 캐릭터도, 웅장한 배경도 등장하지 않았다. 텅 빈 모래 사장에 발자국들이 드리워져 있고, 카메라가 그 가는 길을 따랐다. 누군가가 채팅을 올렸다. "어새신 크리드?" 다른 이들도 이 게임을 예측해보기 시작했다. "프린스 오브 페르시아?" / "아냐 인디게임 같아."​하지만 실망한 표정들이 역력했다. 이전 게임, 그러니까 두번째로 발표된 게임은 스타워즈 IP 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굉장한 것을 기대했던 유저들에게 정적이고 조용한 트레일러는 다소 지루해보였다. 카메라가 흙으로 빚은 것 같은 유목민 행렬을 보여주자 유저들은 "이 게임은 아냐." / "자 다음 게임." 드립을 올리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카메라는 계속 전진했다. 석상들을 지나 클레오파트라가 나타나자 유저들은 채팅창으로 돌아왔다. "무슨 게임?" / "설마?" / "아냐 아닐거야, 아닐거라고 말해줘!" 그리고 마침내 만리장성과 징기스칸이 화면을 채우자 채팅창은 폭발했다. "문명!" / "문명이다!" / "말도안돼애애애애애ㅐㅇ" / "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 ​그리고 &lt;문명 7&gt;로고로 트레일러가 끝난 뒤, &lt;문명&gt; 시리즈의 영원한 디렉터, 시드 마이어가 영상에 등장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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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문명&gt;, 혹은 전략 게임의 영원한 아이콘, 시드 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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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는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에 청강생으로 참석했었다. 그 해의 키노트는 시드 마이어가 맡았다. GDC 운영위는 업계의 전설 시드 마이어에 대한 예우로, 그해 그가 맡은 키노트 시간에 다른 세션을 잡지 않았다. 정말 구름처럼 많은 개발자들이 메인 컨퍼런스룸에서 시드 마이어의 등장을 기다렸다. ​이윽고 세션 시간이 되자 시드 마이어가 단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비롯한, 홀 안의 모든 개발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고 환호를 했다. 우리는 모두 시드 마이어가 만든 게임을 하면서 자란 사람들이었다. 시드 마이어가 충분한 감사를 표시했음에도 청중들은 존경과 감사를 담은 갈채를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시드 마이어가 자신의 세션 제목을 밝혔다. 세션의 제목은 다소 자극적이었는데, "Everything you know about games is wrong" 혹은 그와 비슷한 제목이었다고 기억한다. 즉 여러분이 게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부 틀렸다는 뜻이다. ​세계의 게임 개발자들을 상대로 하기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었다. 본인도 알고 있었는지, 시드 마이어는 담담하지만 긴장된 목소리로, "Well, I think everything you know about games is wrong." 라며 운을 뗐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청중 속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Yes, everything I know is wrong!" 청중들은 폭소했다. 그러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Yes, we don't know anything!" 청중은 또 다시 폭소했고, 시드 마이어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시드 마이어가 얼마나 개발자들에게 많은 사랑과 존경을 받는지 깊게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어서 오래도록 기억이 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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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찾아본 2010년의 사진. 이 사진은 직찍이다. 시드 마이어를 찍으려고 무거운 출장 짐속에 디카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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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시드 마이어는 &lt;문명 5&gt;를 발표하고 홍보하기 위해 키노트를 맡았었다. &lt;문명 5&gt;는 한국을, 혹은 한국 게이머들을 세계 게임 개발사들과 플레이어들에게 소개한 타이틀이기도 하다. ​이전까지 외국 게이머나 개발사에게 한국, 혹은 한국 게이머는, 블리자드 게임을, 그 중에서도 특히 &lt;스타크래프트&gt; 시리즈를 유난히 좋아하는 괴짜 집단 같은 이미지로 비춰졌다. 그런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행한 간디 짤방 때문인지, 아니면 "문명하셨습니다" 같은 밈이 우연히도 유행했기 때문인지 한국 게이머들에게 &lt;문명 5&gt;는 이전의 시리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판매량이 늘자 개발사 Firaxis는 &lt;문명 5&gt; 확장팩에 시리즈 최초로 한국을 독립 종족으로 등장시켰고, 내 기억으로는 최초의 한글화도 이루어졌다. ​요즘에는 한국이 세계적으로 제법 중요한 시장으로 여겨지고, 많은 게임들이 자막과 UI 수준에서는 한글화를 마치고 시장에 나타나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한 평가는 사람 마다 갈리겠지만, 나는 한국이 주요 시장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된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lt;문명 5&gt;였다고 생각한다. ​잡설이 길었다. 여튼 나는 &lt;문명 7&gt;을 찜하기 항목에 넣었고, 당연히 2025년 출시와 동시에 최소 수 백 시간은 문명하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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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 마이어 형님 여전히 정정하시네. 이런 분이 현역인데 은퇴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었다니 (그 충분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잠시 부끄러웠다.​​​​<a href="https://youtu.be/pygcgE3a_uY?si=ZrBPCaAkl3N6ujR-" target="_blank">https://youtu.be/pygcgE3a_uY?si=ZrBPCaAkl3N6uj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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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하 닷컴

1. 이번 Summer Game Fest(이하 SGF)의 하이라이트. 제프 케일리(진행자)가 "다음 게임 만나보시죠."하고 켠 세번째 게임의 인트로는 매우 심심했다. 전투 장면도, 멋진 캐릭터도, 웅장한 배경도 등장하지 않았다. 텅 빈 모래 사장에 발자국들이 드리워져 있고, 카메라가 그 가는 길을 따랐다. 누군가가 채팅을 올렸다. "어새신 크리드?" 다른 이들도 이 게임을 예측해보기 시작했다. "프린스 오브 페르시아?" / "아냐 인디게임 같아." 하지만 실망한 표정들이 역력했다. 이전 게임, 그러니까 두번째로 발표된 게임은 스타워즈 IP 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굉장한 것을 기대했던 유저들에게 정적이고 조.......

시드 마이어와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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