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id="readability-page-1" class="page"><div><p>Image by Steve Buissinne from <a href="https://pixabay.com/ko/photos/%EC%9D%B4%ED%98%BC-%EB%B6%84%EB%A6%AC-%EA%B2%B0%ED%98%BC-%EC%9D%B4%EB%B3%84-%EB%82%98%EB%89%98%EB%8B%A4-619195/">Pixabay</a></p>
<p><img src="https://velog.velcdn.com/images/joosing/post/c870f411-0f49-4def-b302-f3830705578b/image.png"></p>
<p>새로운 회사 입사를 1주일 앞두고 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앞둔 신부의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사하면 파라다이스가 펼쳐질까? 좋은 동료들이 나를 맞아줄까? 여기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 속에서 문득 지난 회사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비난의 말을 쏟아 놓게 되었다. 그러고 자각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좋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일이다.</p>
<h2 id="설득하지-않았습니다">설득하지 않았습니다</h2>
<p>지난 회사에 대한 어려움을 말하기 시작하면 대표님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조금 더 노력할 수 있었겠단 생각이 든다. 직접 만나 대화하고 개선해 보자고 설득하는 노력을 조금 더 할 수 있었겠단 생각이 든다. 내가 비겁했던 건 아닐까? 팀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뒤에 숨어서 불평만 한 건 아닐까? </p>
<h2 id="내가-무엇이기에">내가 무엇이기에</h2>
<p>대표님은 이런 말을 공적인 자리에서 한 적이 있다. 내가 많은 일로 바쁘지만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이든 카톡이든 주시면 내가 집 앞이라도 저녁에 찾아가겠다고 했다. 그 말이 오늘 생각난다. 돌아보면 그는 꽉막힌 사람이 아니었다. 종종 나의 설명에 납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고개만 끄덕이거나 그냥 혼나고 있는 직원들보다 도리어 반대의견을 내는 나를 좋아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직원이 회사 대표에게 이렇게 하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고 부딪힘이 반복되자 점점 내가 무엇이기에 이런 노력까지 하며 이 회사를 다녀야하는지 고민했던 것 같다.</p>
<h2 id="오너십의-부재">오너십의 부재</h2>
<p>나는 엔지니어로서 제품 개발에 임할 때 만들고 있는 제품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발에 임한다. 내 것이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사실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일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에 대한 오너십은 나의 훌륭한 장점이다. 그러나 오늘에서 깨닫게 되지만 나는 회사에 대한 오너십은 제품에 대해 느끼는 정도로 품지 못했던 것 같다. 회사는 결혼 관계라기보다 잠깐 만났다 잘 맞지 않으면 헤어져도 되는 애인 정도로 생각한 것 같다. 물론 회사가 얼마나 엉망이든 절대 헤어져서는 안된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결혼 관계 정도의 오너십을 가지고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권한과 리더십이 부여되어야 가능한 것인데 이전 회사에서의 나는 어렵긴 하지만 충분히 그런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배우자의 단점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노력한 후에 헤어질 결심을 했냐고 자문해 보면 당당히 예라고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p>
<h2 id="자식-같이">자식 같이</h2>
<p>불만이 있었던 몇몇 동료들도 생각난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말 이건 싫다, 나랑 안맞다 싶은 아이의 태도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회사에서 정말 싫은, 나랑 맞지 않은 동료가 종종 오버랩된다. 그런데 내 아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품어주고 가능한 건강하게 충돌해서 대화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동료에게는 그 정도로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 자식 처럼 여겼다면 내 행동이 달라졌을 것 같다. 동료들 역시 잘 맞지 않으면 잠깐 만났다 헤어지는 사이 정도로 생각한 건 아닐까?</p>
<h2 id="이제서야">이제서야</h2>
<p>생각이 많고, 글로 생각을 객관화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생각은 왜 여태 하지 못했는지 조금 아쉽다. 그래도 나 자신에게 조금 관대하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너무 힘들었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지 모른다. 문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와 꽤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제서야 보이는 것들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새로운 회사 입사를 1주일 앞둔 오늘, 이전 회사의 대표님과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p>
<h2 id="행동은-어렵지만">행동은 어렵지만</h2>
<p>말은 쉽지만 정말 쉽지 않은 생각인 걸 안다. 그러나 적어도 헤어지면 그만이라는 마인드는 좋을 것이 없다. 이제 이직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 회사를 맞이 할 준비를 한다. 다음 회사는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내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동료들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p></div></div>

Joo's Work

JooSing

Image by Steve Buissinne from Pixabay
새로운 회사 입사를 1주일 앞두고 있다. 이런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결혼을 앞둔 신부의 마음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입사하면 파라다이스가 펼쳐질까? 좋은 동료들이 나를 맞아줄까? 여기서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여러 생각 속에서 문득 지난 회사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비난의 말을 쏟아 놓게 되었다. 그러고 자각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좋지 않은 것을 비난하는 일이다.
설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회사에 대한 어려움을 말하기 시작하면 대표님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조금 더 노력할 수 있었겠단 생각이 든다. 직접 만나 대화하고 개선해 보자고 설득하는 노력을 조금 더 할 수 있었겠단 생각이 든다. 내가 비겁했던 건 아닐까? 팀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뒤에 숨어서 불평만 한 건 아닐까? 
내가 무엇이기에
대표님은 이런 말을 공적인 자리에서 한 적이 있다. 내가 많은 일로 바쁘지만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메일이든 카톡이든 주시면 내가 집 앞이라도 저녁에 찾아가겠다고 했다. 그 말이 오늘 생각난다. 돌아보면 그는 꽉막힌 사람이 아니었다. 종종 나의 설명에 납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고개만 끄덕이거나 그냥 혼나고 있는 직원들보다 도리어 반대의견을 내는 나를 좋아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한 사람의 직원이 회사 대표에게 이렇게 하는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고 부딪힘이 반복되자 점점 내가 무엇이기에 이런 노력까지 하며 이 회사를 다녀야하는지 고민했던 것 같다.
오너십의 부재
나는 엔지니어로서 제품 개발에 임할 때 만들고 있는 제품이 내 것이라고 생각하고 개발에 임한다. 내 것이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사실 문제 해결을 포기하는 일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에 대한 오너십은 나의 훌륭한 장점이다. 그러나 오늘에서 깨닫게 되지만 나는 회사에 대한 오너십은 제품에 대해 느끼는 정도로 품지 못했던 것 같다. 회사는 결혼 관계라기보다 잠깐 만났다 잘 맞지 않으면 헤어져도 되는 애인 정도로 생각한 것 같다. 물론 회사가 얼마나 엉망이든 절대 헤어져서는 안된다는 뜻은 아니다. 대신 결혼 관계 정도의 오너십을 가지고 회사의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어느 정도의 권한과 리더십이 부여되어야 가능한 것인데 이전 회사에서의 나는 어렵긴 하지만 충분히 그런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배우자의 단점을 바라보는 마음으로 노력한 후에 헤어질 결심을 했냐고 자문해 보면 당당히 예라고 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식 같이
불만이 있었던 몇몇 동료들도 생각난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정말 이건 싫다, 나랑 안맞다 싶은 아이의 태도를 만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회사에서 정말 싫은, 나랑 맞지 않은 동료가 종종 오버랩된다. 그런데 내 아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품어주고 가능한 건강하게 충돌해서 대화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동료에게는 그 정도로 하지는 않는다. 아마도 내 자식 처럼 여겼다면 내 행동이 달라졌을 것 같다. 동료들 역시 잘 맞지 않으면 잠깐 만났다 헤어지는 사이 정도로 생각한 건 아닐까?
이제서야
생각이 많고, 글로 생각을 객관화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런 생각은 왜 여태 하지 못했는지 조금 아쉽다. 그래도 나 자신에게 조금 관대하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너무 힘들었고,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는지 모른다. 문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와 꽤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제서야 보이는 것들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새로운 회사 입사를 1주일 앞둔 오늘, 이전 회사의 대표님과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행동은 어렵지만
말은 쉽지만 정말 쉽지 않은 생각인 걸 안다. 그러나 적어도 헤어지면 그만이라는 마인드는 좋을 것이 없다. 이제 이직 여정을 마무리하고 새 회사를 맞이 할 준비를 한다. 다음 회사는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내 자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동료들을 바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이직 : 헤어지면 그만인 회사 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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