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id="readability-page-1" class="page"><div><p>Image by&nbsp;<a href="https://pixabay.com/ko/users/sa_lm-154419/?utm_source=link-attribution&amp;utm_medium=referral&amp;utm_campaign=image&amp;utm_content=833153">Grey Yoon</a> from <a href="https://pixabay.com/ko//?utm_source=link-attribution&amp;utm_medium=referral&amp;utm_campaign=image&amp;utm_content=1728448">Pixabay</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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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우리 아들 사회 부적응자 아니야?</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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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어머니께 내 이직 소식을 알렸을 때 나온 첫 반응이다. 왜 또 이직을 하냐 회사에 적응을 못했냐 등등 걱정이 태산이다. 40년 가까이 한 직장만 다닌 아버지만 봐온 어머니에게 나는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어머니의 말투는 내게 종종 상처가 된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부터 나에 대한 칭찬보다 걱정에 기반한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런 부류의 말들이 지금은 물론이고 사춘기 시절 너무 듣기 싫어서 버럭 소리를 치며 집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에게 저런 소리 듣기 싫어서 어떤 일들을 악착같이 제대로 해내고, 잘 해내도 어머니의 태도는 쉽사리 바뀌지 않으셨다.</p>
<h2 id="설명">설명</h2>
<p>최근에 설득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그런 말 그만 좀 하라고 화를 내는 대신 왜 회사를 옮기게 되었는지, 새로운 회사는 어떤 곳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이직이란 어떤 건지, 사회의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 설명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의 그런 말들이 나에게 상처가 된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식사를 하고 카페에 가서 차를 한잔하기로 했다.</p>
<h2 id="미안">미안</h2>
<p>카페에 가는 차 안에서 어머니께서 갑자기 아내에게 “내가 아주 오래된 일인데 정말 미안한 일이 있어서 꼭 한 번 말하고 싶은게 있었다”고 하신다. 갑자기? 뭐냐고 물어도 카페에 가서 말하겠단다. 카페에 앉아 뭐냐고 궁금해서 재촉했더니 그제서야 말을 꺼내신다. 서울에 첫 직장을 구하고 군포에서 첫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는데 조리원에 있을 때 어머니께서 몇 일 왔다 가셨다. 그런데 그때 사실 아내 몸조리를 해주고 내려가고 싶었는데 신혼인 우리 둘 사이가 너무 좋아보여 자기가 있으면 왠지 불편할까봐 그냥 내려가셨다고 한다. 그러고 내려가셨는데 그때 깜빡하고 미역국 한 그릇 끓여놓고 오지 못했다고, 그게 평생 마음에 남고 너무 미안하다고 하셨다. 첫째를 낳고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으신데 갑작스러운 고백이시다. 그때 내가 미역국을 끓일 줄 몰라 미역을 왕창 넣고 끓이다 미역이 냄비뚜껑을 열고 뛰쳐나와 놀라 어머니께 전화를 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때 아차하고 생각이 나셨다고 한다.</p>
<h2 id="작은-일">작은 일</h2>
<p>그게 평생 미안함으로 남아있었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는데 어머니의 큰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어머니께 ‘부정적인 이야기 좀 그만해. 나 상처 받아’라고 전하고 싶었던 그 마음이 왠지 모르게 너무 작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마음의 크기에 압도되어 그 말을 감히 꺼낼 수 없었다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다.</p>
<h2 id="이해">이해</h2>
<p>사실 아내가 출산을 하고 몸조리는 장모님도 나의 어머니도 해주지 못하셨는데 장모님은 일을 하고 계실 때라 그럴 수 없는 사정이셨음에도 평생 그 때 몸조리를 못해준게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씀하신다. 아내나 나나 그 일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서운한 감정도 없는데 그런 이야기를 꺼내시면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두 분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어머니 시절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게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지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조리원도 너무 좋고, 국가에서 도우미도 지원해 주고 남편들도 그때 그 시절 같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딸이 그때 그 시절 자신 같지 않을까 마음 아파하시고 미안해 하시는게 아닐지 어머니를 이해해 본다.</p></div></div>

Joo's Work

JooSing

Image by Grey Yoon from Pixabay
우리 아들 사회 부적응자 아니야?
어머니께 내 이직 소식을 알렸을 때 나온 첫 반응이다. 왜 또 이직을 하냐 회사에 적응을 못했냐 등등 걱정이 태산이다. 40년 가까이 한 직장만 다닌 아버지만 봐온 어머니에게 나는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어머니의 말투는 내게 종종 상처가 된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부터 나에 대한 칭찬보다 걱정에 기반한 부정적인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그런 부류의 말들이 지금은 물론이고 사춘기 시절 너무 듣기 싫어서 버럭 소리를 치며 집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에게 저런 소리 듣기 싫어서 어떤 일들을 악착같이 제대로 해내고, 잘 해내도 어머니의 태도는 쉽사리 바뀌지 않으셨다.
설명
최근에 설득에 대해 깊이 생각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그런 말 그만 좀 하라고 화를 내는 대신 왜 회사를 옮기게 되었는지, 새로운 회사는 어떤 곳인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이직이란 어떤 건지, 사회의 분위기는 어떤지 등등 설명해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엄마의 그런 말들이 나에게 상처가 된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겠다는 다짐을 하고 식사를 하고 카페에 가서 차를 한잔하기로 했다.
미안
카페에 가는 차 안에서 어머니께서 갑자기 아내에게 “내가 아주 오래된 일인데 정말 미안한 일이 있어서 꼭 한 번 말하고 싶은게 있었다”고 하신다. 갑자기? 뭐냐고 물어도 카페에 가서 말하겠단다. 카페에 앉아 뭐냐고 궁금해서 재촉했더니 그제서야 말을 꺼내신다. 서울에 첫 직장을 구하고 군포에서 첫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는데 조리원에 있을 때 어머니께서 몇 일 왔다 가셨다. 그런데 그때 사실 아내 몸조리를 해주고 내려가고 싶었는데 신혼인 우리 둘 사이가 너무 좋아보여 자기가 있으면 왠지 불편할까봐 그냥 내려가셨다고 한다. 그러고 내려가셨는데 그때 깜빡하고 미역국 한 그릇 끓여놓고 오지 못했다고, 그게 평생 마음에 남고 너무 미안하다고 하셨다. 첫째를 낳고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으신데 갑작스러운 고백이시다. 그때 내가 미역국을 끓일 줄 몰라 미역을 왕창 넣고 끓이다 미역이 냄비뚜껑을 열고 뛰쳐나와 놀라 어머니께 전화를 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때 아차하고 생각이 나셨다고 한다.
작은 일
그게 평생 미안함으로 남아있었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는데 어머니의 큰 마음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어머니께 ‘부정적인 이야기 좀 그만해. 나 상처 받아’라고 전하고 싶었던 그 마음이 왠지 모르게 너무 작게 느껴졌다. 어머니의 마음의 크기에 압도되어 그 말을 감히 꺼낼 수 없었다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 같다.
이해
사실 아내가 출산을 하고 몸조리는 장모님도 나의 어머니도 해주지 못하셨는데 장모님은 일을 하고 계실 때라 그럴 수 없는 사정이셨음에도 평생 그 때 몸조리를 못해준게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씀하신다. 아내나 나나 그 일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서운한 감정도 없는데 그런 이야기를 꺼내시면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다. 두 분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 어머니 시절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게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지 상상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조리원도 너무 좋고, 국가에서 도우미도 지원해 주고 남편들도 그때 그 시절 같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딸이 그때 그 시절 자신 같지 않을까 마음 아파하시고 미안해 하시는게 아닐지 어머니를 이해해 본다.

이직 : 우리 아들 사회 부적응자 아니야? E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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