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id="readability-page-1" class="page"><div><div tabindex="-1" aria-hidden="false"><a rel="noopener follow" href="/?source=post_page---byline--ac4543a14800---------------------------------------" data-discover="true"><div><p><img alt="Mijeong (Rachel)" src="https://miro.medium.com/v2/resize:fill:64:64/2*Dfgmf9dku3mEefpbZXpr-A.jpeg" width="32" height="32" loading="lazy" data-testid="authorPhoto"></p></div></a></div><p id="3d58">어느 날, 링크드인으로 유튜브 <a href="https://www.youtube.com/@%EB%AF%B8%EB%AF%B8%EB%AF%B8%EB%88%84" rel="noopener ugc nofollow" target="_blank">미미미누</a> 채널 작가님으로부터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lt;직업탐구영역&gt; 개발자 편 출연 제의를 받은 것이다. 180만 유튜버의 위상을 잘 모르고 개발자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고 업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다소 순수한 생각으로 제의를 수락했다.</p><figure><figcaption>출처 — 유튜브 미미미누 채널</figcaption></figure><p id="87ad">그렇게 6월 28일 토요일 밤에 해당 영상은 업로드가 됐고, 구독자가 많은 채널이라 ‘나.. 유리 멘탈인데 댓글에 상처받는 거 아니야?’, ‘무플보다 악플(?)이 진짜 더 나은 건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긴장하며 하루 이틀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p><p id="1d62">와, 근데 이게 무슨 일? 미미미누 채널 영상 중 이렇게 댓글에 갑론을박이 많았던 적이 있었나? 적어도 내가 본 미미미누 채널 영상 중에서는 최초인 듯? 갑론을박의 키워드는 ‘AI’ 였다. (.. 아니 21분 영상 중에 AI 이야기는 2–3분 정도밖에 안 했는데 온통 AI 반응뿐이라니 조금 속상했음 😇 ..)</p><figure><figcaption>영상 업로드 4일 만에 댓글 432개 하하하하하</figcaption></figure><p id="30d3">아무래도 개발자뿐만 아니라 모든 직군에게 AI가 가져온 변화는 크고 빠르기 때문에 이 영상이 사람들 생각의 수도꼭지를 틀어버린 것 같았다. 다소 과격한 댓글들도 보였는데, 그만큼 AI가 가져온 변화를 두렵게 받아들여 정답을 얻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p><p id="d7c5">영상 촬영 주제가 각 잡고 AI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고, 평소 AI에 대해 갖고있던 생각 일부를 아주 간략하게만 전달하다 보니 오해를 장착한 댓글도 보였다. 더러는 아쉬운 댓글도, 정정하고 싶은 댓글도 보였다. 다양한 생각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strong>‘AI’ 와 ‘개발자’ 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건강하게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strong>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 주제에 대해 추가적인 내 의견을 여기에 적어보기로 한다.</p><p id="0cdf">이 글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고,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정답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재료 중 하나 그 이상의 가치가 아님을 미리 언급한다. 그리고, ‘AI’ 가 ‘개발자’ 를 대체할 수 없다는 건 내 희망 사항도 맞다. 내가 개발자인데 그런 희망을 품지 않을 이유가 없다.</p></div><div><h2 id="38a3">1. 프로그래밍이 제일 빨리 대체되는 것 아니야?</h2><figure></figure><p id="ae47">AI가 코드를 작성하는 일을 빠르고 능숙하게 해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 그 이상이기 때문에,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strong>코딩은 개발자가 다루는 도구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자체가 직업의 본질은 아니다.</strong></p><p id="c0b7">개발자는 제품에 대한 이해와 사용자 요구사항 분석, 기능 설계, 운영과 배포, 문제 해결 과정 등 제품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깊이 관여한다. 특히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제약과 맥락이 얽히기 시작하면, 단순한 코드 작성 이상의 판단과 조율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개발자는 코드 한 줄을 짜더라도, 그것이 전체 시스템과 사용자 경험, 그리고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함께 고려한다. <strong>만약 누군가 개발자의 역할을 “코드 잘 작성하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AI까지 가지 않더라도 더 능숙한 사람으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strong></p><p id="be95">물론, 0에서 1을 만드는 초기 단계라면 AI가 꽤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구사항이 비교적 단순하고, 기능이 “동작만 하면 되는 수준” 일 때는 AI가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나 0에서 1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품 대부분은 그 이후의 과정에서 훨씬 복잡해지고, 여기서부터는 사람의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능 간의 미묘한 상호작용, 예외적인 상황 처리, 회사의 비전과 기술 방향성의 조율 등은 AI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p><p id="5041">영상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수준 언어에서 고급 언어로 넘어갈 때도, GUI 기반 개발 도구가 등장했을 때도, 웹 프레임워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때, 심지어 클라우드와 서버리스 환경이 본격화되었을 때도 늘 “이제 개발자 필요 없어진다” 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로 개발자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오히려 개발자의 역할은 계속 진화했고, 새로운 문제들을 다루기 시작했다.</p><p id="783a">AI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라는 직업 자체를 대체하진 못할 것이다. <strong>다만 개발자의 일하는 방식, 사고방식, 문제 해결 방식은 앞으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strong> AI는 강력한 도구이고, 그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이 더 나은 개발자로 성장할 것이다. 아직 단정 짓기엔 이를지도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AI를 잘 활용하는 방식으로 일한다면 대부분의 개발자는 살아남을 거라 본다.</p><h2 id="a69f">2. 지금은 아니더라도, 곧 대체되는 것 아니야?</h2><figure></figure><p id="b052">우리가 지금처럼 똑같이 일하고, 시대와 환경이 변하지 않아서 유사한 문제만 풀고있다면 당연히 대체될 것이다. <strong>하지만, AI만 발전하고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시대도 환경도 모두 변화하기 때문에 이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strong></p><p id="5161">과거에도 기술이 발전했으니 필요한 인력은 줄어들 것이다 라는 서사는 늘 반복되어왔다. 하지만 대부분 빗나갔다.</p><p id="9633">다양한 웹 프레임워크의 등장 덕분에 개발 생산성이 높아지자, 개발자 수요는 줄어들 거란 예상도 있었지만, 스타트업 시도가 늘어나며 그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클라우드 환경이 보편화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프라 관리가 쉬워지니 엔지니어 인력이 줄어들 거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SRE, DevOps, 솔루션 아키텍트 등 새로운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p><p id="bc29">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올라가면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진다. 하지만 단순히 산술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대체한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섣부르다. <strong>지금까지 기술의 변화가 새로운 문제 영역을 만들어왔던 것처럼 AI의 발전도 새로운 문제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개발자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strong></p><blockquote><p id="c0de"><a href="https://medium.com/daangn/%EC%97%B0%EA%B0%84-llm-%ED%98%B8%EC%B6%9C-%EB%B9%84%EC%9A%A9-25-%EC%A0%88%EA%B0%90-%EC%9D%B8%ED%84%B4%EC%9D%B4-%EB%8F%84%EC%A0%84%ED%95%9C-%EC%8B%9C%EB%A7%A8%ED%8B%B1-%EC%BA%90%EC%8B%B1-%EB%8F%84%EC%9E%85-%EA%B8%B0%EB%A1%9D-af3de9a74d0c" rel="noopener">연간 LLM 호출 비용 25% 절감, 인턴이 도전한 시맨틱 캐싱 도입 기록</a> — 당근 테크 블로그</p></blockquote><p id="3e28">단적인 사례이지만, 최근 회사 인턴분이 LLM 호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맨틱 캐싱을 도입하여 효과를 본 사례를 공유했다. 이 역시, AI/LLM이 등장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 영역으로 나타난 것이다.</p><p id="3f84">개발자가 대체된다는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새롭게 풀어야 할 문제를 기대하는 방향으로 바라보고 싶은 게 내가 본 현상이며 개인적인 바람이다.</p><h2 id="dbc7">3. 개발자 채용을 안 한다니까, 무슨 소리에요?</h2><figure></figure><p id="fe55"><strong>개발자 채용 시장이 활성화되거나 위축되는 건 예전부터 반복된 현상</strong> 중 하나이다. 마치 A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늘 좋은 시절이었는데, 갑자기 AI가 나타나서 시장이 침체된 것 같은가? 아니다, 사실 조금 더 긴 시선으로 보면 이는 반복되어 온 현상이다. 물론 AI가 최근 채용 시장 위축의 주범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strong>그렇다고 이 문이 영영 닫혀버렸다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는 것이다.</strong></p><p id="1263">(내 프로그래밍 인생이 시작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라 직접 체감은 못했지만) 과거에도 닷컴 버블이 붕괴됐을 때,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개발자 채용 시장은 얼어붙었었다. 반면, 웹 2.0 등장, 모바일 붐, 팬데믹 시절 원격 근무가 활성화됐을 때는 또다시 개발자의 수요는 증가했다.</p><p id="b89d">지금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마치 개발자 채용 시장이 다시는 뜨거워질 일이 없다는 듯 지나치게 암울한 분위기에 휩쓸릴 필요도 없다. <strong>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또다시 변화한다.</strong></p><p id="3c02">돌이켜보면 내가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했던 2010년 역시 결코 채용 시장이 밝지 않았다. 쉽지 않은 시기에 그 문을 열고 들어가 10년 넘게 업계에 남아 있으면서 호황과 침체를 모두 경험했다. 단순히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수 없으니 걱정하지 마” 같은 무책임한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업계 선배로서 내가 바라본 현실적인 시각 하나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p></div><div><p id="32ef">최근 나는 우리 팀에 두 명의 신입 개발자를 채용했다. (.. 중고 신입도 아니고 아직 대학교 졸업장을 받지도 않은 진짜 신입 분들이라고 😇 ..) 그들이 AI를 잘 활용하며 성장하여 팀의 결과에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래서인지 AI가 개발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건 단순히 주어진 명세를 코드로 작성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strong>팀이 마주한 문제를 적극 찾아내고 해결해서 팀의 성과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개발자로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성장 과정에서 분명 AI는 좋은 협업 도구가 될 것이다.</strong></p><p id="6a8a">본문에서 이야기했지만 한 가지 더 반복하고 싶은 말은, <strong>AI만 변화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도 환경도 시대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이 흐름 속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여전히 개발자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몫이다.</strong> AI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굳이 내가 말을 얹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서 개발자를 바라본다면, AI가 만들어낼 긍정적인 가능성에도 균형을 맞춰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p><p id="d55c">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유튜브 영상 하나, 혹은 이런 블로그 글 하나로 모든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그 길을 이미 걷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충분히 참고하되, 최종적인 판단과 선택은 결국 당신 자신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p></div></div>

Stories by Mijeong (Rachel) on Medium

어느 날, 링크드인으로 유튜브 미미미누 채널 작가님으로부터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직업탐구영역> 개발자 편 출연 제의를 받은 것이다. 180만 유튜버의 위상을 잘 모르고 개발자에 대한 이야기가 널리 알려지고 업계에 좋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는 다소 순수한 생각으로 제의를 수락했다.
그렇게 6월 28일 토요일 밤에 해당 영상은 업로드가 됐고, 구독자가 많은 채널이라 ‘나.. 유리 멘탈인데 댓글에 상처받는 거 아니야?’, ‘무플보다 악플(?)이 진짜 더 나은 건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긴장하며 하루 이틀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와, 근데 이게 무슨 일? 미미미누 채널 영상 중 이렇게 댓글에 갑론을박이 많았던 적이 있었나? 적어도 내가 본 미미미누 채널 영상 중에서는 최초인 듯? 갑론을박의 키워드는 ‘AI’ 였다. (.. 아니 21분 영상 중에 AI 이야기는 2–3분 정도밖에 안 했는데 온통 AI 반응뿐이라니 조금 속상했음 😇 ..)
아무래도 개발자뿐만 아니라 모든 직군에게 AI가 가져온 변화는 크고 빠르기 때문에 이 영상이 사람들 생각의 수도꼭지를 틀어버린 것 같았다. 다소 과격한 댓글들도 보였는데, 그만큼 AI가 가져온 변화를 두렵게 받아들여 정답을 얻고 싶은 사람이 많아서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영상 촬영 주제가 각 잡고 AI를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었고, 평소 AI에 대해 갖고있던 생각 일부를 아주 간략하게만 전달하다 보니 오해를 장착한 댓글도 보였다. 더러는 아쉬운 댓글도, 정정하고 싶은 댓글도 보였다. 다양한 생각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AI’ 와 ‘개발자’ 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건강하게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일부 주제에 대해 추가적인 내 의견을 여기에 적어보기로 한다.
이 글도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고, 여러 가지 선택지 중 하나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정답이 아니다. 스스로 판단하는 데 필요한 재료 중 하나 그 이상의 가치가 아님을 미리 언급한다. 그리고, ‘AI’ 가 ‘개발자’ 를 대체할 수 없다는 건 내 희망 사항도 맞다. 내가 개발자인데 그런 희망을 품지 않을 이유가 없다.
1. 프로그래밍이 제일 빨리 대체되는 것 아니야?
AI가 코드를 작성하는 일을 빠르고 능숙하게 해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 그 이상이기 때문에,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본다. 코딩은 개발자가 다루는 도구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자체가 직업의 본질은 아니다.
개발자는 제품에 대한 이해와 사용자 요구사항 분석, 기능 설계, 운영과 배포, 문제 해결 과정 등 제품의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깊이 관여한다. 특히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다양한 제약과 맥락이 얽히기 시작하면, 단순한 코드 작성 이상의 판단과 조율이 필요해진다. 그래서 개발자는 코드 한 줄을 짜더라도, 그것이 전체 시스템과 사용자 경험, 그리고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함께 고려한다. 만약 누군가 개발자의 역할을 “코드 잘 작성하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한다면, AI까지 가지 않더라도 더 능숙한 사람으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
물론, 0에서 1을 만드는 초기 단계라면 AI가 꽤 괜찮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구사항이 비교적 단순하고, 기능이 “동작만 하면 되는 수준” 일 때는 AI가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나 0에서 1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품 대부분은 그 이후의 과정에서 훨씬 복잡해지고, 여기서부터는 사람의 판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능 간의 미묘한 상호작용, 예외적인 상황 처리, 회사의 비전과 기술 방향성의 조율 등은 AI가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영상에서도 언급했지만 저수준 언어에서 고급 언어로 넘어갈 때도, GUI 기반 개발 도구가 등장했을 때도, 웹 프레임워크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을 때, 심지어 클라우드와 서버리스 환경이 본격화되었을 때도 늘 “이제 개발자 필요 없어진다” 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로 개발자가 사라진 적은 없었다. 오히려 개발자의 역할은 계속 진화했고, 새로운 문제들을 다루기 시작했다.
AI 역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라는 직업 자체를 대체하진 못할 것이다. 다만 개발자의 일하는 방식, 사고방식, 문제 해결 방식은 앞으로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I는 강력한 도구이고, 그 도구를 잘 다루는 사람이 더 나은 개발자로 성장할 것이다. 아직 단정 짓기엔 이를지도 모르지만, 나는 여전히 AI를 잘 활용하는 방식으로 일한다면 대부분의 개발자는 살아남을 거라 본다.
2. 지금은 아니더라도, 곧 대체되는 것 아니야?
우리가 지금처럼 똑같이 일하고, 시대와 환경이 변하지 않아서 유사한 문제만 풀고있다면 당연히 대체될 것이다. 하지만, AI만 발전하고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시대도 환경도 모두 변화하기 때문에 이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과거에도 기술이 발전했으니 필요한 인력은 줄어들 것이다 라는 서사는 늘 반복되어왔다. 하지만 대부분 빗나갔다.
다양한 웹 프레임워크의 등장 덕분에 개발 생산성이 높아지자, 개발자 수요는 줄어들 거란 예상도 있었지만, 스타트업 시도가 늘어나며 그 수요는 줄어들지 않았다. 클라우드 환경이 보편화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프라 관리가 쉬워지니 엔지니어 인력이 줄어들 거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SRE, DevOps, 솔루션 아키텍트 등 새로운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기술의 발전으로 생산성이 올라가면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진다. 하지만 단순히 산술적으로 다른 누군가를 대체한다고 판단하는 것 역시 섣부르다. 지금까지 기술의 변화가 새로운 문제 영역을 만들어왔던 것처럼 AI의 발전도 새로운 문제 영역을 만들고 그 안에서 개발자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연간 LLM 호출 비용 25% 절감, 인턴이 도전한 시맨틱 캐싱 도입 기록 — 당근 테크 블로그
단적인 사례이지만, 최근 회사 인턴분이 LLM 호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시맨틱 캐싱을 도입하여 효과를 본 사례를 공유했다. 이 역시, AI/LLM이 등장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새로운 문제 영역으로 나타난 것이다.
개발자가 대체된다는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새롭게 풀어야 할 문제를 기대하는 방향으로 바라보고 싶은 게 내가 본 현상이며 개인적인 바람이다.
3. 개발자 채용을 안 한다니까, 무슨 소리에요?
개발자 채용 시장이 활성화되거나 위축되는 건 예전부터 반복된 현상 중 하나이다. 마치 A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늘 좋은 시절이었는데, 갑자기 AI가 나타나서 시장이 침체된 것 같은가? 아니다, 사실 조금 더 긴 시선으로 보면 이는 반복되어 온 현상이다. 물론 AI가 최근 채용 시장 위축의 주범 중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 문이 영영 닫혀버렸다고 단정 짓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내 프로그래밍 인생이 시작되기도 전에 있었던 일이라 직접 체감은 못했지만) 과거에도 닷컴 버블이 붕괴됐을 때,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개발자 채용 시장은 얼어붙었었다. 반면, 웹 2.0 등장, 모바일 붐, 팬데믹 시절 원격 근무가 활성화됐을 때는 또다시 개발자의 수요는 증가했다.
지금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마치 개발자 채용 시장이 다시는 뜨거워질 일이 없다는 듯 지나치게 암울한 분위기에 휩쓸릴 필요도 없다.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또다시 변화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개발자로 취업을 준비했던 2010년 역시 결코 채용 시장이 밝지 않았다. 쉽지 않은 시기에 그 문을 열고 들어가 10년 넘게 업계에 남아 있으면서 호황과 침체를 모두 경험했다. 단순히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수 없으니 걱정하지 마” 같은 무책임한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어려운 상황임에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길을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업계 선배로서 내가 바라본 현실적인 시각 하나를 공유하고 싶을 뿐이다.
최근 나는 우리 팀에 두 명의 신입 개발자를 채용했다. (.. 중고 신입도 아니고 아직 대학교 졸업장을 받지도 않은 진짜 신입 분들이라고 😇 ..) 그들이 AI를 잘 활용하며 성장하여 팀의 결과에 많이 기여할 수 있도록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래서인지 AI가 개발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내가 그들에게 바라는 건 단순히 주어진 명세를 코드로 작성하는 개발자가 아니라, 팀이 마주한 문제를 적극 찾아내고 해결해서 팀의 성과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개발자로 성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성장 과정에서 분명 AI는 좋은 협업 도구가 될 것이다.
본문에서 이야기했지만 한 가지 더 반복하고 싶은 말은, AI만 변화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도 환경도 시대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이 흐름 속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여전히 개발자들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몫이다. AI가 가져올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굳이 내가 말을 얹지 않아도 수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서 개발자를 바라본다면, AI가 만들어낼 긍정적인 가능성에도 균형을 맞춰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은.. 유튜브 영상 하나, 혹은 이런 블로그 글 하나로 모든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신이 원하는 그 길을 이미 걷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과 시각을 충분히 참고하되, 최종적인 판단과 선택은 결국 당신 자신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180만 유튜버 영상 출연과, AI 난상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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