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id="readability-page-1" class="page"><section><div><div><h2 id="09d8">며칠간 죽다 살아난 썰 푼다</h2><div><p><a href="https://garimoo.medium.com/?source=post_page-----6e0df6a08239-----------------------------------" rel="noopener follow"><img alt="GARIMOO" src="https://miro.medium.com/fit/c/96/96/1*SYHVtZBzKmV2d85kqKKmUA@2x.jpeg" width="48" height="48"></a></p></div></div><p id="681c">정말 신기하게도, 입원 전날 코로나검사를 하기 위해 아산병원을 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가슴이 막 아파왔다. 숨을 들이마시거나 격하게 웃을 때 숨이 차고 조직검사를 했던 부위가 아팠다. 처음엔 수술이 긴장돼서 아프거나 하는 줄 알았는데, 수술 직전까지 특정 상황에서만 계속 아픈걸 보고 아무리 봐도 수술 날짜를 잘 잡았다고밖에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p><p id="7a7e">입원 당일 바보같은 나는 바리바리 싸들고 집을 나서다가 그 전날 온 폭설에 미끄러져 손목을 다쳤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입원해서 여러 검사를 받고 준비하는 도중에 막 부어오르고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가 되어서 간호사 선생님께 부탁해서 얼음찜질도 하고, 엑스레이도 여러번 찍으러 왔다갔다 했다. 다행히 금가거나 하진 않았지만 수술받기 전까지 오른손을 아예 쓸 수도 없었다.</p></div><div><p id="2c85">조직검사때를 생각하며 호기로운 마음으로 책도 세권이나 가져가고 뜨개질이나 해야지 하고 바늘이랑 실도 가져갔는데 다 쓸데없었다. 일단 손목이 움직이질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거니와, 수술이 끝나고 나서는 영상마저 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p><p id="ab5a">수술은 아침 7시 30분에 시작했다. 5시 30분에 일어나서 엑스레이를 찍고 병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출발하기 전에 압박용 스타킹같은걸 신으라고 주셔서 신었다. 혈전 방지용이었나? 용도를 들었던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환자를 옮겨주시는 분이 휠체어를 타고 수술 대기실로 데려가주셨다. 첫타임 수술하는 환자들이 모두 벽보고 사열종대로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나만큼 어린 사람은 없었다. 7시 30분이 좀 지나자 각 수술방에서 간호사분들이 오셔서 몇년생 누군지, 어떤 수술받는지 확인한 후 수술실로 데려갔다. 나는 제일 마지막으로 대기실에 남은 사람이었다.</p><p id="e467">수술방은 생각보다 밝고 넓었고 뭔가 도구들도 많았고 사람들도 많았다. 수술용 침대에 앉아서 상의를 벗었다. 마취과 선생님이 호흡기를 잠깐 가져다 대셨다가 떼시면서 다른 분들께 ‘아, 신원확인 했나?’ 라고 하시면서 나한테 이름이랑 생년월일이랑 수술부위를 물어보셨고, 나는 혹여나 잘못될까봐 이름이랑 생년월일을 크게 외치면서 그런데 그순간 정신이 희미해짐을 느끼며 ‘95년 8월 17일이요..! 그런데 어지러워요..!’ 하면서 마취에 빠져들었다.</p><p id="5f02">눈을 뜨고나니 회복실이었고, 엄청난 아픔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왔다. 회복실에는 나 말고도 다른 환자가 몇명 있었고, 간호사분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봐주시고 계신것 같았다. 진통제를 맞았더니 그나마 조금 살 것 같았는데, 잠시 뒤 다시 너무 아파서 울면서 개미같은 목소리와 움직이지도 않는 손을 들어가며 ‘저기요.. 저 너무 아파요'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내가 맞는 진통제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호흡을 방해하는 거고, 나는 숨을 잘 쉬어야 하는 폐 수술 환자기때문에 더이상 진통제를 줄 수 없다고 하셨다. 빨리 병실로 가고 싶으면 숨을 잘 쉬라고 하셨다.</p><p id="3681">실려가는 침대에서도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계속 눈물이 났다. 병실에 도착해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까 더 눈물이 났다. 이동용 침상에서 내 침대로 이불을 들어서 옮겨졌다. 바로 무통주사를 연결해주셨다. 원래 몇분마다 한번씩 자동으로 나오지만 너무 아플땐 이 버튼을 누르라고, 15분에 한번 길게 맞을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라고 알려주셨다.</p></div><div><p id="9329">나는 옆구리에 구멍이 뚫려있었고, 숨을 깊게 쉬거나 기침을 해서 수술부위에 고여있는 피와 이물질을 빼내야했다. 흉강경으로 수술했기 때문에 배에는 총 세개의 구멍이 뚤려있었고, 그중에 하나에 관을 꼽아둔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그 구멍이 너무아팠다. 기침을 할 때 저 관에서 꿀렁꿀렁하면서 피가 빠져서 통에 들어가는걸 보는것도 고통스러웠다.</p><p id="a31d">아파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너무 피곤하고 자고싶었는데, 자는것도 안된다고 하셔서 잘 수도 없어서 고통스러웠다. 엄마가 무한도전을 틀어서 앞에 놔줬는데, 영상을 보면 속이 메슥거려워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그냥 그 상태로 앉아서 몇시간이 지났고, 저녁이 나왔지만 먹지도 못하고 그냥 일찍 잤던것 같다.</p></div><div><figure><p><img alt="" src="https://miro.medium.com/max/5064/1*MooUIJwW35NyOn-ZyLPsZA.png" width="2532" height="1170" role="presentation"></p><figcaption>영하 15도의 날씨에 꽁꽁 언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너무 멋진 뷰</figcaption></figure></div><div><p id="3cf8">수술 다음날은 어찌어찌 죽을 먹고 약을 먹고 앉아있었는데, 관을 뽑으러 오셨다. 일단 관이랑 연결된 실밥을 뽑으셨고, 자 뽑겠습니다 숨 참으세요~ 하고 훅 뽑으시는데 진짜 한 10cm정도 되는 관이 숙 몸안에서 나왔고, 피같은게 주르륵 옆구리에서 흘러나왔다. 호치케스를 생살에 세방을 박아주셨는데 이게 너무 아파서 악소리도 못내고 눈물만 찔끔 나왔다. 아니 관이 뽑혀서 후련하고 좋긴 한데 너무.. 생살에 바로.. 너무 아팠다.</p><p id="6781">입원해있는 내내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와야하고, 입맛도 없는데 밥은 계속 먹어야하고, 이것저것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게 너무힘들었다. 이상하게 쑤셔진건 왼쪽 옆구리였는데, 숨을 쉴 때마다 가끔 왼쪽 어깨와 날개죽지가 아팠고, 진통제를 먹고 어찌저찌 잘 버텼다.</p><p id="dc64">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서 다다음날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몸이 빠르게 회복하는걸 느끼며 현대 의학이 짱이구나 싶기도 하고, 24시간 고생해주신 내 또래의 간호사선생님이 너무 멋고 고마웠기도 했지만, 정말 인생 최대의 시련이었다. 인생에서 다시는 이런 수술 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애기 돌보듯 간호해주고 옆에서 책도 읽어준 엄마한테도 너무 감사했다.</p><p id="f5e6">빨리 회복해서 날 좋을 때 다시 맘껏 달리고 싶다.</p></div></section></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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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간 죽다 살아난 썰 푼다
정말 신기하게도, 입원 전날 코로나검사를 하기 위해 아산병원을 가는 차 안에서 갑자기 가슴이 막 아파왔다. 숨을 들이마시거나 격하게 웃을 때 숨이 차고 조직검사를 했던 부위가 아팠다. 처음엔 수술이 긴장돼서 아프거나 하는 줄 알았는데, 수술 직전까지 특정 상황에서만 계속 아픈걸 보고 아무리 봐도 수술 날짜를 잘 잡았다고밖에 설명을 할 수가 없었다 (?)
입원 당일 바보같은 나는 바리바리 싸들고 집을 나서다가 그 전날 온 폭설에 미끄러져 손목을 다쳤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입원해서 여러 검사를 받고 준비하는 도중에 막 부어오르고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가 되어서 간호사 선생님께 부탁해서 얼음찜질도 하고, 엑스레이도 여러번 찍으러 왔다갔다 했다. 다행히 금가거나 하진 않았지만 수술받기 전까지 오른손을 아예 쓸 수도 없었다.
조직검사때를 생각하며 호기로운 마음으로 책도 세권이나 가져가고 뜨개질이나 해야지 하고 바늘이랑 실도 가져갔는데 다 쓸데없었다. 일단 손목이 움직이질 못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거니와, 수술이 끝나고 나서는 영상마저 볼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술은 아침 7시 30분에 시작했다. 5시 30분에 일어나서 엑스레이를 찍고 병실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출발하기 전에 압박용 스타킹같은걸 신으라고 주셔서 신었다. 혈전 방지용이었나? 용도를 들었던것 같은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 환자를 옮겨주시는 분이 휠체어를 타고 수술 대기실로 데려가주셨다. 첫타임 수술하는 환자들이 모두 벽보고 사열종대로 휠체어에 앉아있었다. 나만큼 어린 사람은 없었다. 7시 30분이 좀 지나자 각 수술방에서 간호사분들이 오셔서 몇년생 누군지, 어떤 수술받는지 확인한 후 수술실로 데려갔다. 나는 제일 마지막으로 대기실에 남은 사람이었다.
수술방은 생각보다 밝고 넓었고 뭔가 도구들도 많았고 사람들도 많았다. 수술용 침대에 앉아서 상의를 벗었다. 마취과 선생님이 호흡기를 잠깐 가져다 대셨다가 떼시면서 다른 분들께 ‘아, 신원확인 했나?’ 라고 하시면서 나한테 이름이랑 생년월일이랑 수술부위를 물어보셨고, 나는 혹여나 잘못될까봐 이름이랑 생년월일을 크게 외치면서 그런데 그순간 정신이 희미해짐을 느끼며 ‘95년 8월 17일이요..! 그런데 어지러워요..!’ 하면서 마취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고나니 회복실이었고, 엄청난 아픔을 느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나왔다. 회복실에는 나 말고도 다른 환자가 몇명 있었고, 간호사분들은 여기저기 다니면서 봐주시고 계신것 같았다. 진통제를 맞았더니 그나마 조금 살 것 같았는데, 잠시 뒤 다시 너무 아파서 울면서 개미같은 목소리와 움직이지도 않는 손을 들어가며 ‘저기요.. 저 너무 아파요' 하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런데 내가 맞는 진통제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호흡을 방해하는 거고, 나는 숨을 잘 쉬어야 하는 폐 수술 환자기때문에 더이상 진통제를 줄 수 없다고 하셨다. 빨리 병실로 가고 싶으면 숨을 잘 쉬라고 하셨다.
실려가는 침대에서도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계속 눈물이 났다. 병실에 도착해 엄마 목소리를 들으니까 더 눈물이 났다. 이동용 침상에서 내 침대로 이불을 들어서 옮겨졌다. 바로 무통주사를 연결해주셨다. 원래 몇분마다 한번씩 자동으로 나오지만 너무 아플땐 이 버튼을 누르라고, 15분에 한번 길게 맞을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라고 알려주셨다.
나는 옆구리에 구멍이 뚫려있었고, 숨을 깊게 쉬거나 기침을 해서 수술부위에 고여있는 피와 이물질을 빼내야했다. 흉강경으로 수술했기 때문에 배에는 총 세개의 구멍이 뚤려있었고, 그중에 하나에 관을 꼽아둔것 같았다. 그런데 진짜 그 구멍이 너무아팠다. 기침을 할 때 저 관에서 꿀렁꿀렁하면서 피가 빠져서 통에 들어가는걸 보는것도 고통스러웠다.
아파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너무 피곤하고 자고싶었는데, 자는것도 안된다고 하셔서 잘 수도 없어서 고통스러웠다. 엄마가 무한도전을 틀어서 앞에 놔줬는데, 영상을 보면 속이 메슥거려워서 도저히 볼 수가 없었다. 그냥 그 상태로 앉아서 몇시간이 지났고, 저녁이 나왔지만 먹지도 못하고 그냥 일찍 잤던것 같다.
수술 다음날은 어찌어찌 죽을 먹고 약을 먹고 앉아있었는데, 관을 뽑으러 오셨다. 일단 관이랑 연결된 실밥을 뽑으셨고, 자 뽑겠습니다 숨 참으세요~ 하고 훅 뽑으시는데 진짜 한 10cm정도 되는 관이 숙 몸안에서 나왔고, 피같은게 주르륵 옆구리에서 흘러나왔다. 호치케스를 생살에 세방을 박아주셨는데 이게 너무 아파서 악소리도 못내고 눈물만 찔끔 나왔다. 아니 관이 뽑혀서 후련하고 좋긴 한데 너무.. 생살에 바로.. 너무 아팠다.
입원해있는 내내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서 엑스레이를 찍으러 갔다와야하고, 입맛도 없는데 밥은 계속 먹어야하고, 이것저것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게 너무힘들었다. 이상하게 쑤셔진건 왼쪽 옆구리였는데, 숨을 쉴 때마다 가끔 왼쪽 어깨와 날개죽지가 아팠고, 진통제를 먹고 어찌저찌 잘 버텼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서 다다음날 바로 퇴원할 수 있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몸이 빠르게 회복하는걸 느끼며 현대 의학이 짱이구나 싶기도 하고, 24시간 고생해주신 내 또래의 간호사선생님이 너무 멋고 고마웠기도 했지만, 정말 인생 최대의 시련이었다. 인생에서 다시는 이런 수술 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애기 돌보듯 간호해주고 옆에서 책도 읽어준 엄마한테도 너무 감사했다.
빨리 회복해서 날 좋을 때 다시 맘껏 달리고 싶다.
There’s Something In My Lungs(3) was originally published in How Was Your Day on Medium, where people are continuing the conversation by highlighting and responding to this story.

There’s Something In My Lung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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