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id="readability-page-1" class="page"><div><div><a rel="noopener follow" href="/@totuworld?source=post_page-----58914fad1c44--------------------------------"><div aria-hidden="false"><p><img alt="송요창" src="https://miro.medium.com/v2/resize:fill:88:88/1*nAMOvHeZTqTZjdz33jQ2Ag.jpeg" width="44" height="44" loading="lazy"></p></div></a></div><p id="dbda">올 해 4월 우아한형제들에서 만 3년이 되었다. IT업계에서 밥벌이를 시작한 이후 만 3년이상 근무한 2번째 회사이고 현재 가장 길게 근무한 회사가 될 예정이다. 이 글을 통해 짧게 그간의 여정을 적어보고자한다.</p><figure><figcaption>입사 1주년 기념품</figcaption></figure><h2 id="76cc">직무 변경(BE -&gt; FE)</h2><p id="05a1"><a rel="noopener" href="/@totuworld/무면허-비전공에-it기업-다니는-프로그래머-이야기-d060931a88b1">예전에 작성한 글</a>에서도 내 커리어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모바일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 게임 백엔드 개발, 웹 백엔드 개발을 거쳐서 지금 회사에서 웹 프론트 개발을 하고 있다. 이 회사로 오기 전까지는 백엔드 개발을 하며 보낸 시간이 가장 길었던 터라 프론트엔드로 직무를 전환하는데 두려움이 있었다.</p><p id="be71">다른 사람들에게는 문제 해결하는게 좋으니 그게 백엔드건 프론트엔드건 상관없다고 얘기했지만 면접을 보던 때를 생각하면 기존 경력과 연속성이 부족해보여서 탈락하겠구나 생각하며 겁을 많이 먹었다.</p><blockquote><p id="210d">그럼에도 지원하려는 용기를 냈던 이유는 지난 회사에서 React.js 1도 모르는 상태로 진행한 PC개편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지나고보니 오히려 좋아.</p></blockquote><p id="6ae5">다행히 면접관 운이 따라줘서 입사했지만 입사 초기 불안에 시달리긴 마찬가지였다. 직무를 변경하긴 했지만 일해온 시간이 있으니 짧은 시간안에 업무 능력을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p><p id="bad5">다행히 팀 동료들의 도움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나씩 해나갈 수 있었고, 점차 더 큰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배울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동료 운이 엄청나게 좋았다. 아니다. 이 회사는 좋은 동료로 가득차있어서 어디서 무얼 했어도 이정도 운은 따라왔을 듯 하다.</p><h2 id="6189">일에 정말 진심이구나</h2><p id="3f83">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회사보다 <strong>일에 관해 진심인 회사</strong>다. 그게 곳곳에서 보인다. 가상의 회사 블랙을 떠올려보자. 사장님이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친다고 해보자. 그래서 인사팀을 통해서 외부로 나가는 글이나 영상, 채용 공고등에 이런 문화가 있다고 열심히 홍보한다. 그러나 실상은 업무할 때는 관리자가 방해를 하거나 혹은 성과를 가로챌 수 있지 않나. 이런 나쁜 모습으로 보여도 조직이 이를 정화할 의지가 없는 곳 일 수 있다.</p><p id="ddb2">이 회사는 앞서 말한 블랙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보겠다. 성희롱 예방, 개인 정보 보호, 장애인 인식개선 등등 법이 정한 노동자의 의무 교육 사항이 있다. 이런 교육은 해야하는 교육이니 자료를 통해 시키거나 외부에서 만들어온 동영상을 시청시키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외주로 넘겨서 체크만 받는 수준 아닌가. 말그대로 시늉만 낸다.</p><p id="1152">입사 첫 해 법정 의무 교육을 들으면서 충격받았다. 따분할 수 있는 얘기를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준비한 컨텐츠를 통해서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건 우리 회사 전사교육팀의 출중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이런 정성을 다한 컨텐츠가 있을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경영진이 있고, 그간 쌓여온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p><p id="8dc0">다른 예로는 장애 대응과 모의 장애 훈련을 들 수 있다. 사람이 만든건 무엇이나 부서지기 마련이다. 그게 아무리 뛰어난 소프트웨어라도 망가진다. 사고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p><p id="bb81">장애가 발생하면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두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누가 잘못을 했는지 찾아내지 않는다. 그리고 사후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도 같은 장애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그게 누구의 잘못인가를 논하지 않는다.</p><p id="fead">장애가 발생하면 누구나 당황하고 어쩔 줄 모른다. 그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라면 얼어버리기 마련이다. 이때 어떻게 해나가야하는지 알 수 있도록 실전같은 모의 장애 훈련을 한다. 그 시간에 업무 하나를 진행하는게 더 좋을 수 있지만 인력과 시간을 충분히 드려서 이를 훈련시킨다.</p><h2 id="3e24">조직 변경 😮</h2><p id="201f">처음 입사했을 때는 프렌차이즈시스템을 다루는 팀에 있었다. 초기 제품이라서 이거 저거 많이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제를 붙인 기능을 직접 구현해서 운영했다. 그런데 눈떠보니 만들던 제품은 우리 손을 떠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운영 해야했다. 조직명도 바뀌고 조직이 소속된 실도 변경되는 일이 있었다.</p><p id="a5ac">천만 다행으로 함께하던 동료들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리고 10개월 정도 지나 정말 거대한 조직으로 탈바꿈했다가 다시 배민선물하기팀으로 변경되었다. 이 과정이 고작 3년 안에 일어났고 지금 나는 배민선물하기팀을 떠나서 하이퍼로컬서비스팀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 팀은 완전히 신생팀이라서 손발 맞추는 중인데 근속연수가 긴 분들이라서 안정감이 있다.</p><p id="e3de">배민선물하기팀에서 하이퍼로컬서비스팀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건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앞서 말한대로 기존 팀은 동료들의 변동이 별로 없는 팀이라서 내가 없이도 잘 돌아갈거란 믿음이 있었다.</p><blockquote><p id="210c">모든 팀은 내가 없이도 잘 돌아간다. 그게 안되는 회사라면 이미 망했겠지.</p></blockquote><p id="7620">둘째는 같이 일하던 동료가 다른 팀으로 전배된 일이 있는데 이게 엄청 마음 쓰이는 일이었다.</p><blockquote><p id="e1cb">다행히 다시 배민선물하기팀으로 돌아오긴 했다. 정말 다행이다.</p></blockquote><p id="f58a">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이지만 조직에서 사람이 이동하는 일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다. 다시 그런 힘든 일을 동료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그런 상황이 오면 내가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신생팀이 생기고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주저없이 가겠다고 했다.</p><figure><figcaption>팀 이동한다고 롤링페이퍼 남겨준 배민선물하기팀. 이사람들 너무 스윗해요.</figcaption></figure><h2 id="ff18">조직안에 이름 알리기</h2><p id="5f57">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합류한 초기에 동료들이 나를 아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온보딩 프로세스를 아무리 잘 거쳐도 그 사람과 손발을 맞춰가며 이 얘기 저 얘기하고 서로의 코드를 섞어가며 일해야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지 않나?</p><p id="913e">그것도 팀 안에서나 이뤄지는 일이고 실이나 부분처럼 더 큰 조직으로 확장하면 거기서 나를 알게하는건 쉽지 않다. 조금씩이라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p><p id="b84b">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건 내가 속한 팀의 업무 특성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주력 비지니스는 음식 배달이고, 그 뒤를 B마트가 받친다.</p><blockquote><p id="1b0d">궁금하시면 실적 공시 보시라.</p></blockquote><p id="41c2">앞서 말했듯 내가 속한 조직은 이런 핵심 비지니스와 직접 연결된 팀이 아니었다. 그러니 어떤 업무를 추진하려면 어려움이 있다. 아니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팀과 팀 사이의 업무 요청이 굉장히 유연하고 부드러운 편이라서 기존 회사보다 일하기 좋았다.</p><blockquote><p id="d5e6">진짜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놀랐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p></blockquote><p id="5a83">그렇지만 사람 생각 쉽게 바뀌나? 변방의 비지니스를 다루는 팀이니까 누군가 조직안에서 보여야 뭔가 일이 될거라고 생각해서 여기 저기 많이 기웃거렸다. 그런 시간이 3년쯤 지난 지금 처음보다는 이름이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지금 팀에 합류한 이후로 팀 소개를 하면 내가 속한 팀으로 기억하는 구성원이 있다는게 지표라고 생각한다.</p><p id="53d3">특별히 엄청난 일을 하진 않았다. 초기 제품을 만들던 때에 작은 팁이라도 발견되면 문서로 만들고, 사내 엔지니어들이 모인 채널이나 회사 전체 채널에 홍보를 했다. 예를들어 우아한선물하기를 만든다고 해보자. 대단한게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잊을만하면 전체 채널에 나타나서 홍보하기도 했다. 팀 이름도 알릴겸 우아콘에서 발표도 했다.</p><blockquote><p id="801d">당시 대표님이던 범준님까지도 해당 제품을 쓰는 성과가 있었다.</p></blockquote><figure></figure><p id="da5a">직접적으로 해야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자발적으로 나섰다. 예를들어 사내 전체 구성원이 있는 채널에 공지를 할 때 <a href="https://api.slack.com/block-kit/building" rel="noopener ugc nofollow" target="_blank">Block Kit Builder</a>를 쓰면 더 구조화된 형태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지식이 사내 전체에 퍼진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 피플실 연주님이 이에 관한 질문을 했다. 혹시라도 내 업무 시간 줄어들까봐 조심스럽게 질문해주셨는데 얼른 짧은 동영상 강의 형태로 만들어서 전달 드렸다. 이 영상은 대단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지만 다수의 구성원이 조회했고, 최근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p><figure><figcaption>프사를 봐주세요</figcaption></figure><p id="fd6d">전사 매출을 20% 끌어올리는 혁혁한 공을 세우거나 인프라 비용 20% 감소시키는 대단한 프로세스를 만들지 않아도, 조직 안에는 이런 잔잔한 일을 통해 나와 팀을 알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잔잔한 일에 나서면 누군가는 도움이 된다. 이 작은 손길 하나로 조직 안에 서로의 업무를 돕는 문화가 싹트도록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에너지는 조직의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조직 문화에 기여하면서 나를 알려갈 수 있는 일이니 여러분도 시도해보시라.</p><h2 id="6bfe">맺음말</h2><p id="a4d5">두서없이 글을 썼으니 얼른 마무리해보겠다.</p><p id="fc6b">솔직히 다음 3년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과연 내가 6년이나 한 회사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내가 이 회사에서 쏟은 에너지가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도 모르겠다.</p><p id="97d8">흐르는 강물처럼 또 하루를 보내야겠다. 그러다보면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겠지. 잘부탁한다 회사야.</p></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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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4월 우아한형제들에서 만 3년이 되었다. IT업계에서 밥벌이를 시작한 이후 만 3년이상 근무한 2번째 회사이고 현재 가장 길게 근무한 회사가 될 예정이다. 이 글을 통해 짧게 그간의 여정을 적어보고자한다.
직무 변경(BE -> FE)
예전에 작성한 글에서도 내 커리어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모바일 게임 클라이언트 개발, 게임 백엔드 개발, 웹 백엔드 개발을 거쳐서 지금 회사에서 웹 프론트 개발을 하고 있다. 이 회사로 오기 전까지는 백엔드 개발을 하며 보낸 시간이 가장 길었던 터라 프론트엔드로 직무를 전환하는데 두려움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문제 해결하는게 좋으니 그게 백엔드건 프론트엔드건 상관없다고 얘기했지만 면접을 보던 때를 생각하면 기존 경력과 연속성이 부족해보여서 탈락하겠구나 생각하며 겁을 많이 먹었다.
그럼에도 지원하려는 용기를 냈던 이유는 지난 회사에서 React.js 1도 모르는 상태로 진행한 PC개편 프로젝트 덕분이었다. 지나고보니 오히려 좋아.
다행히 면접관 운이 따라줘서 입사했지만 입사 초기 불안에 시달리긴 마찬가지였다. 직무를 변경하긴 했지만 일해온 시간이 있으니 짧은 시간안에 업무 능력을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스스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행히 팀 동료들의 도움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을 하나씩 해나갈 수 있었고, 점차 더 큰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배울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동료 운이 엄청나게 좋았다. 아니다. 이 회사는 좋은 동료로 가득차있어서 어디서 무얼 했어도 이정도 운은 따라왔을 듯 하다.
일에 정말 진심이구나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회사보다 일에 관해 진심인 회사다. 그게 곳곳에서 보인다. 가상의 회사 블랙을 떠올려보자. 사장님이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외친다고 해보자. 그래서 인사팀을 통해서 외부로 나가는 글이나 영상, 채용 공고등에 이런 문화가 있다고 열심히 홍보한다. 그러나 실상은 업무할 때는 관리자가 방해를 하거나 혹은 성과를 가로챌 수 있지 않나. 이런 나쁜 모습으로 보여도 조직이 이를 정화할 의지가 없는 곳 일 수 있다.
이 회사는 앞서 말한 블랙과는 완전히 다르다. 예를 들어보겠다. 성희롱 예방, 개인 정보 보호, 장애인 인식개선 등등 법이 정한 노동자의 의무 교육 사항이 있다. 이런 교육은 해야하는 교육이니 자료를 통해 시키거나 외부에서 만들어온 동영상을 시청시키거나 아니면 그마저도 외주로 넘겨서 체크만 받는 수준 아닌가. 말그대로 시늉만 낸다.
입사 첫 해 법정 의무 교육을 들으면서 충격받았다. 따분할 수 있는 얘기를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준비한 컨텐츠를 통해서 최대한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이건 우리 회사 전사교육팀의 출중한 능력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 이런 정성을 다한 컨텐츠가 있을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하는 경영진이 있고, 그간 쌓여온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예로는 장애 대응과 모의 장애 훈련을 들 수 있다. 사람이 만든건 무엇이나 부서지기 마련이다. 그게 아무리 뛰어난 소프트웨어라도 망가진다. 사고가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장애가 발생하면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서 모두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누가 잘못을 했는지 찾아내지 않는다. 그리고 사후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도 같은 장애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그게 누구의 잘못인가를 논하지 않는다.
장애가 발생하면 누구나 당황하고 어쩔 줄 모른다. 그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라면 얼어버리기 마련이다. 이때 어떻게 해나가야하는지 알 수 있도록 실전같은 모의 장애 훈련을 한다. 그 시간에 업무 하나를 진행하는게 더 좋을 수 있지만 인력과 시간을 충분히 드려서 이를 훈련시킨다.
조직 변경 😮
처음 입사했을 때는 프렌차이즈시스템을 다루는 팀에 있었다. 초기 제품이라서 이거 저거 많이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가 결제를 붙인 기능을 직접 구현해서 운영했다. 그런데 눈떠보니 만들던 제품은 우리 손을 떠나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운영 해야했다. 조직명도 바뀌고 조직이 소속된 실도 변경되는 일이 있었다.
천만 다행으로 함께하던 동료들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리고 10개월 정도 지나 정말 거대한 조직으로 탈바꿈했다가 다시 배민선물하기팀으로 변경되었다. 이 과정이 고작 3년 안에 일어났고 지금 나는 배민선물하기팀을 떠나서 하이퍼로컬서비스팀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 팀은 완전히 신생팀이라서 손발 맞추는 중인데 근속연수가 긴 분들이라서 안정감이 있다.
배민선물하기팀에서 하이퍼로컬서비스팀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건 2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앞서 말한대로 기존 팀은 동료들의 변동이 별로 없는 팀이라서 내가 없이도 잘 돌아갈거란 믿음이 있었다.
모든 팀은 내가 없이도 잘 돌아간다. 그게 안되는 회사라면 이미 망했겠지.
둘째는 같이 일하던 동료가 다른 팀으로 전배된 일이 있는데 이게 엄청 마음 쓰이는 일이었다.
다행히 다시 배민선물하기팀으로 돌아오긴 했다. 정말 다행이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일이지만 조직에서 사람이 이동하는 일은 에너지 소모가 엄청났다. 다시 그런 힘든 일을 동료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그런 상황이 오면 내가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신생팀이 생기고 사람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주저없이 가겠다고 했다.
조직안에 이름 알리기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지만 합류한 초기에 동료들이 나를 아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온보딩 프로세스를 아무리 잘 거쳐도 그 사람과 손발을 맞춰가며 이 얘기 저 얘기하고 서로의 코드를 섞어가며 일해야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지 않나?
그것도 팀 안에서나 이뤄지는 일이고 실이나 부분처럼 더 큰 조직으로 확장하면 거기서 나를 알게하는건 쉽지 않다. 조금씩이라도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건 내가 속한 팀의 업무 특성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의 주력 비지니스는 음식 배달이고, 그 뒤를 B마트가 받친다.
궁금하시면 실적 공시 보시라.
앞서 말했듯 내가 속한 조직은 이런 핵심 비지니스와 직접 연결된 팀이 아니었다. 그러니 어떤 업무를 추진하려면 어려움이 있다. 아니 어려움이 있으리라 생각했다. 다행히 우리 회사는 팀과 팀 사이의 업무 요청이 굉장히 유연하고 부드러운 편이라서 기존 회사보다 일하기 좋았다.
진짜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놀랐다.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한다 :)
그렇지만 사람 생각 쉽게 바뀌나? 변방의 비지니스를 다루는 팀이니까 누군가 조직안에서 보여야 뭔가 일이 될거라고 생각해서 여기 저기 많이 기웃거렸다. 그런 시간이 3년쯤 지난 지금 처음보다는 이름이 알려졌다고 생각한다. 지금 팀에 합류한 이후로 팀 소개를 하면 내가 속한 팀으로 기억하는 구성원이 있다는게 지표라고 생각한다.
특별히 엄청난 일을 하진 않았다. 초기 제품을 만들던 때에 작은 팁이라도 발견되면 문서로 만들고, 사내 엔지니어들이 모인 채널이나 회사 전체 채널에 홍보를 했다. 예를들어 우아한선물하기를 만든다고 해보자. 대단한게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잊을만하면 전체 채널에 나타나서 홍보하기도 했다. 팀 이름도 알릴겸 우아콘에서 발표도 했다.
당시 대표님이던 범준님까지도 해당 제품을 쓰는 성과가 있었다.
https://medium.com/media/4e74b2907558ba6bf376fcfa98ff13d8/href
직접적으로 해야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자발적으로 나섰다. 예를들어 사내 전체 구성원이 있는 채널에 공지를 할 때 Block Kit Builder를 쓰면 더 구조화된 형태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이에 관한 지식이 사내 전체에 퍼진 상태는 아니었다. 그런데 마침 피플실 연주님이 이에 관한 질문을 했다. 혹시라도 내 업무 시간 줄어들까봐 조심스럽게 질문해주셨는데 얼른 짧은 동영상 강의 형태로 만들어서 전달 드렸다. 이 영상은 대단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지만 다수의 구성원이 조회했고, 최근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전사 매출을 20% 끌어올리는 혁혁한 공을 세우거나 인프라 비용 20% 감소시키는 대단한 프로세스를 만들지 않아도, 조직 안에는 이런 잔잔한 일을 통해 나와 팀을 알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잔잔한 일에 나서면 누군가는 도움이 된다. 이 작은 손길 하나로 조직 안에 서로의 업무를 돕는 문화가 싹트도록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에너지는 조직의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조직 문화에 기여하면서 나를 알려갈 수 있는 일이니 여러분도 시도해보시라.
맺음말
두서없이 글을 썼으니 얼른 마무리해보겠다.
솔직히 다음 3년은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 과연 내가 6년이나 한 회사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내가 이 회사에서 쏟은 에너지가 어떤 방향을 제시할지도 모르겠다.
흐르는 강물처럼 또 하루를 보내야겠다. 그러다보면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겠지. 잘부탁한다 회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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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근속 3주년을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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