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id="readability-page-1" class="page"><div><div><h2 id="d289" data-testid="storyTitle">[드로잉] 큰 나무</h2><div><a rel="noopener  ugc nofollow" href="/?source=post_page-----dca090230b91--------------------------------"><div aria-hidden="false"><p><img alt="Jeong Woo Ahn" src="https://miro.medium.com/v2/resize:fill:88:88/2*5-DkBQYvxo0TLldXjX88Og.png" width="44" height="44" loading="lazy" data-testid="authorPhoto"></p></div></a></div></div><figure><figcaption>은행나무와 느티나무 ⓒ안정우</figcaption></figure><p id="f9fd">우리 동네에는 큰 나무가 있다. 1970대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고 써있다. 이 나무는 좀 특별한 점이 있는데 나무 한 그루가 아니고 네 그루 라는 것이다. 게다가 하나의 수종이 아니고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두 개의 수종이 함께 있다. 이렇게 여러 수종이 수백년을 버티고 서있는 풍경은 흔치 않을거라 짐작된다. 수령은 현재(2023년) 기준으로는 은행나무는 484년, 느티나무는 529년이다.</p><p id="33af">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나무의 종류에 대해서 많이 아는건 아니다. 남들 다 아는 만큼만 안다. 나무 중에서도 오래된 은행나무나 느티나무 처럼 큰 나무들을 좋아한다. 돌아다니다 보면 우연히 마을 입구의 큰나무를 만나면 꼭 거기에 좀 머물다 간다.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게 좋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끔 그림을 그리면 나무를 그리곤 했다.</p><p id="a983">예전에 다니던 심리치료센터에서 나에게 나무를 그러보라고 했었다. 그때 내가 저렇게 큰 나무를 그렸다. 그때 나눈 대화가 잘 생각은 나지 않는다. 그냥 나무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 했던가. 그 이후로 내가 왜 저렇게 큰 나무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라고 생각해보곤 한다.</p><p id="5642">얼마전에 가깝게 지내시는 선배 한 분이 미국으로 가시게 되었다. 영영 떠나는것은 아니고 자주 한국을 오가기 때문에 덤덤하게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그 분이 미국에 가게 될 날이 가까워 오자 그제야 마음에 아쉬운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막상 곁에서 멀어지게 되어서야 선배가 항상 묵묵히 뒤에서 나를 지지해주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p><p id="4e96">나는 항상 나를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팀장을 할때도 내가 팀장의 자격이 있는지 항상 의심했다. 그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불안과 부정적인 마음을 붙들고 한없이 하강하곤 했다. 이 어두운 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p><p id="2676">그분은 산책을 좋아하는 분이었다. 나하고도 산책을 종종 했다. 내 마음속 붙잡아둔 어둠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럴때마다 나의 부족이 아니라 충분함을 더듬어서 말해주었다. 그분의 말들이 내려와서 마음을 든든히 잡아주었다. 밑이 아니라 위를 보게 했다.</p><p id="bc04">여전히 나는 나를 의심한다. 나는 여전히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불안이 나를 더이상 휘어잡지 못한다. 이제는 이 적당한 불안이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는것을 어렴풋이 안다. 그분과 좀 멀어지게 되었지만, 나에게 했던 말들과 웃음은 나에게 남아있다. 그것들을 잊고 있다가 이제야 생각이 나는 것이다. 왜 그때 함께 걸을때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나는 참 못난 인간이다. 그걸 미리 다 알고 있었다는듯이 저 큰나무가 나를 내려본다.</p></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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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woo Ahn

우리 동네에는 큰 나무가 있다. 1970대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고 써있다. 이 나무는 좀 특별한 점이 있는데 나무 한 그루가 아니고 네 그루 라는 것이다. 게다가 하나의 수종이 아니고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두 개의 수종이 함께 있다. 이렇게 여러 수종이 수백년을 버티고 서있는 풍경은 흔치 않을거라 짐작된다. 수령은 현재(2023년) 기준으로는 은행나무는 484년, 느티나무는 529년이다.
나는 나무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나무의 종류에 대해서 많이 아는건 아니다. 남들 다 아는 만큼만 안다. 나무 중에서도 오래된 은행나무나 느티나무 처럼 큰 나무들을 좋아한다. 돌아다니다 보면 우연히 마을 입구의 큰나무를 만나면 꼭 거기에 좀 머물다 간다. 보고 있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게 좋다. 그래서인지 아주 가끔 그림을 그리면 나무를 그리곤 했다.
예전에 다니던 심리치료센터에서 나에게 나무를 그러보라고 했었다. 그때 내가 저렇게 큰 나무를 그렸다. 그때 나눈 대화가 잘 생각은 나지 않는다. 그냥 나무가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 했던가. 그 이후로 내가 왜 저렇게 큰 나무를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걸까 라고 생각해보곤 한다.
얼마전에 가깝게 지내시는 선배 한 분이 미국으로 가시게 되었다. 영영 떠나는것은 아니고 자주 한국을 오가기 때문에 덤덤하게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그 분이 미국에 가게 될 날이 가까워 오자 그제야 마음에 아쉬운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막상 곁에서 멀어지게 되어서야 선배가 항상 묵묵히 뒤에서 나를 지지해주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항상 나를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팀장을 할때도 내가 팀장의 자격이 있는지 항상 의심했다. 그 역할을 수행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불안과 부정적인 마음을 붙들고 한없이 하강하곤 했다. 이 어두운 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분은 산책을 좋아하는 분이었다. 나하고도 산책을 종종 했다. 내 마음속 붙잡아둔 어둠을 어떻게 알았는지, 그럴때마다 나의 부족이 아니라 충분함을 더듬어서 말해주었다. 그분의 말들이 내려와서 마음을 든든히 잡아주었다. 밑이 아니라 위를 보게 했다.
여전히 나는 나를 의심한다. 나는 여전히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불안이 나를 더이상 휘어잡지 못한다. 이제는 이 적당한 불안이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는것을 어렴풋이 안다. 그분과 좀 멀어지게 되었지만, 나에게 했던 말들과 웃음은 나에게 남아있다. 그것들을 잊고 있다가 이제야 생각이 나는 것이다. 왜 그때 함께 걸을때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나는 참 못난 인간이다. 그걸 미리 다 알고 있었다는듯이 저 큰나무가 나를 내려본다.

[드로잉] 큰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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