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id="readability-page-1" class="page"><div><div><h2 id="45d1">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h2><div><p><a rel="noopener" href="/?source=post_page-----94dbb85c4114--------------------------------"><img alt="Beejei Kim" src="https://miro.medium.com/fit/c/56/56/0*uqVHtuzJjYbj_uOG.jpeg" width="28" height="28"></a></p></div></div><p id="62f5">영화를 다 볼 때까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절제되어 만들어진 80년대 영화인 줄 알았다. 즐겁게 감상하고 나중에 검색하고서야 이 영화가 2014년에 개봉한 영화라는 것을 알았고, 한껏 즐거웠던 감흥이 약간 사그라드는 기분이 되었다.</p><p id="787c">한참 보기까지 이 영화가 눈요기를 위한 영화인지 코메디인지, 시대극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서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span id="rmm"><span id="rmm">서</span></span> 절제되어 있다. 좌우대칭을 벗어나지 않는 화면 구도, 90도씩 회전하는 카메라 워킹, 얼굴표정만 움직이는 배우들의 절제된 동작들, 디지털 기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배경, 4:3 비율의 6mm 카메라로 찍은 듯한 화면, 특수효과 티가 나지 않는 특수효과 등등. 찰리 채플린처럼 우스꽝스러운 연출을 하며 눈하나 깜짝 하지 않는 점이 코메디라면 코메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비 보이는 어째서 호텔 바깥에서도 로비 보이라고 커다랗게 써있는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인가.</p><p id="31dc">눈요깃거리도 장면마다 넘칠 듯이 등장한다. 허영심이 쩔은 듯한 긴 대사를 하는 와중에 시청자가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는지는 몰라도. 각 장면의 주인공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마치 들러리처럼, 하지만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한 것처럼 절묘한 구도로 배치되어 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유럽 전통 복식과 몸가짐등은 그에 비하면 사소하다고 보일 정도.</p><p id="e7a3">몇 안되는 독일의 호텔을 방문했던 경험 중, 구석구석 거미줄이 쳐져 있고, 순록과 뿔의 벽장식과 그림, 시커먼 가구들 등 수십 년을 이어온 것 같이 느껴지는 그 고풍스런 기운에 혹시라도 호텔에 얽힌 어떤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두근대며 이 영화를 보았다면 너무 재미있었을 것 같다. 영화의 화자가 벨보이였던 노신사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게 아니라, 무슈 구스타브 당사자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얼마나 즐거웠을까.</p><p id="a864">뜻하지 않은 영화를 보게 된 것도, 끝날 때까지 아이들이 자고 있어 즐겁게 감상한 것도, 개발자가 아닌 사람인 것 처럼 컴퓨터를 열고 글을 쓴 것도 너무너무 오랫만이다.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며 감상기를 마친다.</p></div></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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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볼 때까지 기술적 한계로 인해 절제되어 만들어진 80년대 영화인 줄 알았다. 즐겁게 감상하고 나중에 검색하고서야 이 영화가 2014년에 개봉한 영화라는 것을 알았고, 한껏 즐거웠던 감흥이 약간 사그라드는 기분이 되었다.
한참 보기까지 이 영화가 눈요기를 위한 영화인지 코메디인지, 시대극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서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절제되어 있다. 좌우대칭을 벗어나지 않는 화면 구도, 90도씩 회전하는 카메라 워킹, 얼굴표정만 움직이는 배우들의 절제된 동작들, 디지털 기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배경, 4:3 비율의 6mm 카메라로 찍은 듯한 화면, 특수효과 티가 나지 않는 특수효과 등등. 찰리 채플린처럼 우스꽝스러운 연출을 하며 눈하나 깜짝 하지 않는 점이 코메디라면 코메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로비 보이는 어째서 호텔 바깥에서도 로비 보이라고 커다랗게 써있는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인가.
눈요깃거리도 장면마다 넘칠 듯이 등장한다. 허영심이 쩔은 듯한 긴 대사를 하는 와중에 시청자가 집중력을 잃지 않게 하려는 배려였는지는 몰라도. 각 장면의 주인공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마치 들러리처럼, 하지만 단체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한 것처럼 절묘한 구도로 배치되어 있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유럽 전통 복식과 몸가짐등은 그에 비하면 사소하다고 보일 정도.
몇 안되는 독일의 호텔을 방문했던 경험 중, 구석구석 거미줄이 쳐져 있고, 순록과 뿔의 벽장식과 그림, 시커먼 가구들 등 수십 년을 이어온 것 같이 느껴지는 그 고풍스런 기운에 혹시라도 호텔에 얽힌 어떤 이야기가 있지는 않을까 두근대며 이 영화를 보았다면 너무 재미있었을 것 같다. 영화의 화자가 벨보이였던 노신사에게서 이야기를 전해들은 게 아니라, 무슈 구스타브 당사자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얼마나 즐거웠을까.
뜻하지 않은 영화를 보게 된 것도, 끝날 때까지 아이들이 자고 있어 즐겁게 감상한 것도, 개발자가 아닌 사람인 것 처럼 컴퓨터를 열고 글을 쓴 것도 너무너무 오랫만이다.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며 감상기를 마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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